LIfe is so cooool

'권'에 해당되는 글 1건

  1. 간통죄에서 일파만파…김학의 사건의 재구성

간통죄에서 일파만파…김학의 사건의 재구성

카테고리 없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12년 10월 대전고검장에 취임한지 5개월만에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으나 성접대 의혹 파문으로 6일만에 물러난다. 사진은 2012년 대전고검장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김학의 전 차관./대전고검 제공

윤중천 부인 고소에서 시작…동영상 CD 나오면서 급반전[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이 역대급 규모의 수사단을 꾸려 재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성폭력 사건은 엉뚱하지만 간통죄 고소전이 불씨가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권력형 범죄 혐의로 번질 줄 쉽게 짐작하지 못 했다.

발단은 이렇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부인 김모 씨는 2012년 10월 남편과 여성 사업가 권모씨의 성관계 동영상을 근거로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한다. 윤씨와 권씨는 2011년 10월쯤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나 한때 내연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권씨는 한달 뒤인 11월 함께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 최모씨와 함께 윤중천 씨를 성폭행과 공갈 등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며 맞불을 놓는다. 윤씨가 자신에게 최음제를 먹여 강간하면서 동영상을 찍어 수시로 협박했고, 빌려간 돈과 벤츠 차량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는 제18대 대선이 한창이던 12월,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된다. 권씨는 잘 알고 지내던 박모 씨에게 윤중천 씨가 가져간 자신의 벤츠 차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박씨는 이 차 안에서 여러개의 CD를 발견하는데 여기사 1분여 분량의 성접대 동영상이 튀어나왔다. 박씨는 CD를 컴퓨터로 재생해 다시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했고 권씨에게도 보여줬다. 이 CD는 윤중천 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성관계 동영상을 조카에게 맡겨 '구운' 것이다. 이 즈음 권씨와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는 얘기도 있다.

새해가 밝자 동영상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2013년 1월7일에는 '시사저널'이 이 동영상을 경찰 쪽에서 입수한다. 검사 출신인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서울고검에 근무할 당시 동영상을 구해 봤다고 한 시기도 1월이다. 벤츠에서 동영상 CD를 찾아냈던 박모 씨는 이달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했다는 혐의로 나중에 입건된다.

물밑에서 사건이 무르익던 2월, 법조계는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에 주목했다. 박 전 대통령 쪽은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김학의 고검장은 법무부가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 제시한 3명 후보 중에 포함됐고 언론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그런데 2월7일 추천위원회는 예상밖에 김학의 고검장을 쏙 빼고 김진태 대검 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다. 당시 처음 가동된 추천위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한방 먹였다'는 해석도 있다. 동영상 존재설이 퍼져나가다 민간도 포함된 추천위원들의 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어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2013년 고위층 성접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윤중천 씨/이새롬 기자

운명의 3월이 막을 올렸다. 3월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이 돈다는 첩보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3월5일에는 경찰청 간부가 '김학의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첩보가 있으나 입수는 못 했다'는 취지로 청와대를 민정수석실에 첫 보고 한다.

비슷한 시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법사위원)은 경찰 고위간부에게 이 동영상을 받고 '박 남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법사위원장)에게도 넘겨줬다. 박영선 의원은 3월13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만나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고 "김학의 임명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3월13일은 '올 것이 온 날'이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내정한다고 공식 발표한다. 오후 경찰청 간부들이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긴급히 찾아온다. 성접대 동영상에 김학의 차관이 나오는 게 확실하며 곧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학의 의혹을 조여가던 김기용 경찰청장은 3월14일 용인 경찰대 졸업식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지켜봤다. 김 청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5월 취임했으니 임기(2년) 절반도 못 채운 상태였다. 후보 시절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튿날 갑자기 경찰위원회가 소집되더니 이성한 신임 경찰청장 임명동의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경찰청장은 옷을 벗었지만 언론 쪽에서 둑이 터지기 시작했다. 3월14일 TV조선은 한 건설업자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별장으로 불러 성접대를 벌인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명이 걸리지 않은 이 건설업자가 윤중천 씨, 사회지도층 인사 중 한명은 김학의 차관이었다. 보도 다음날인 15일 김학의 차관은 내정자 꼬리표를 떼고 정식 취임하고 경찰은 정보 수집 단계를 넘어 내사에 착수한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법무부 출입국심사대 심사 과정에서 출국을 제지당했다.(사진=JTBC 영상 캡쳐)/뉴시스

민갑룡 현 경찰청장의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답변에 따르면 경찰이 동영상을 손에 넣은 건 3월19일이다. 윤중천 씨와 맞고소한 권모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휴대전화에 저장된 영상을 제출받았다. 아직 원본이 아닌 흐릿한 영상이었다.

비로소 '김학의'란 이름이 일반에 공개된 건 3월20일 채널A의 보도였다. 경찰이 윤중천 씨의 출국금지 요청서에 김학의 차관의 실명을 적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경찰은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동영상 감정을 요청한다. 3월21일 아침 신문 1면까지 '김학의'가 등장하자 결백을 강변하던 김학의 차관도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날 자진사퇴한다.

수사가 한창이던 3월29일 이성한 경찰청장이 취임하자 경찰에는 이례적 인사가 단행된다. 김기용 경찰청장이 뜻밖에 교체된 데 이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수사를 이끌던 핵심 라인이 죄다 날아간다. 김학배 수사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이세민 수사기획관은 경찰대학교, 이명교 특수수사과장은 국회경비대장, 반기수 범죄정보과장은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전보된다. 공식 수사 착수 한달만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찰이 내사 사실을 제때 보고하지 않아 문책한 것이라고 하지만, 경찰 수사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외압을 넣어도 경찰이 잘 통제되지 않자 감행한 '화룡점정'으로 해석한다.

새롭게 구성된 경찰 수사팀은 5월2일 동영상 원본을 입수하고, 7월18일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하지만 성접대 대가성을 밝혀내지 못 해 부실수사라는 눈총을 받았다. 채동욱 총장이 혼외자 문제로 물러나 길태기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굴러가던 검찰은 결국 11월11일 김학의 전 차관을 최종 무혐의 처리한다. 이듬해 성접대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자신이라는 A씨가 김학의 전 차관을 다시 성폭력 혐의로 고소하지만 검찰의 결론은 판박이였다. 그로부터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leslie@tf.co.kr

원문 출처 [TF초점] 간통죄에서 일파만파…김학의 사건의 재구성


오늘의 검색어

1위 17회 노출 621P 리플리 2위 21회 노출 524P 여청단 3위 20회 노출 453P 호사카 유지 4위 20회 노출 418P 유승목 5위 21회 노출 393P 로또853회당첨번호 6위 21회 노출 365P 853회 로또당첨번호 7위 20회 노출 299P 백지원 8위 18회 노출 287P 미이라 9위 15회 노출 221P 영화 리플리 10위 14회 노출 215P 이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