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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특성화고①] 대학생은 인턴사원…우리는 왜 실습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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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19일 서울 성북구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중 단체에서 발간한 책자를 자랑하고 있다. 좌측은 박지수(18)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3학년 학생, 우측은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한 S(19)씨. /송주원 인턴기자

안전사고·취업난·고졸차별 악순환…"정당한 권리 보장해줘야"[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마이스터(meister)란 독일의 전문 기술 직업제도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술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명장을 일컫는 말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하는 정규시험도 있을 정도로 독일에서는 실무 중심 전문가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장난감 등 세계적으로 ‘독일제’의 뛰어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공을 세웠다. 지금은 독일만의 직업교육 제도를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한국은 어떨까. 3시간 동안 꽉 막힌 공간에서 납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털털거리는 낡은 환풍기 뿐 마스크를 쓴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작업복은 꿈꾸기 어렵고 교복으로 대신한다. 납 연기를 마시다 걱정하는 학생에게 학교는 "졸업생들도 다 그렇게 배웠다"며 분발을 촉구한다. 지난 7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특고연)가 공개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이다. 이달초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도,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결정된 최저임금에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민감했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노동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청소년이 무의미한 대입경쟁을 하는 학벌 중심사회를 탈피하고자 ‘고졸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 상업‧공업고를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고졸 채용 유도 정책을 추진했다. 2010년 정부 지원 아래 산학 연계가 이뤄지는 21개의 마이스터고등학교가 개교했다, 2012년에는 모든 전문계고등학교를 특성화고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 특성화고는 고졸 전성시대 보다는 안전사고부터 고졸 차별, 취업불안까지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취업, 안전 모두 걱정…기업과 학교에 '낀 신세'

“교육부 진짜 ‘열일’(열심히 일하다)하나 봐요. 정책이 휙휙 바뀌어.”

올 4월 취업에 성공한 S(19) 씨는 특성화고 학생들 사이에서 ‘윗분들’로 불리는 교육부 관료가 존경스럽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를 100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방향을 뒤바꾼 교육당국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다.

사실 S씨는 3학년 2학기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고 취업준비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번듯한 직장에 취업되는 것이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의 꿈이다. 그러나 ‘고2 겨울방학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통념을 온 몸으로 실감할 2017년 12월, 교육부는 현장 실습 시기를 여름방학 이후에서 겨울방학 이후로 미뤘다. 실습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은 아예 금지했다. 반발이 잇따르자 2018년 2월 20개가 넘는 기준을 통과한 일부 선도 기업의 조기 실습을 허용됐지만, 기업은 “20개 심사 거치느니 안 뽑고 말지”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부에서 특성화고에 대해 내놓는 유일한 통계인 취업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제가 그 직격타 1세대였어요. 정말 특성화고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법 지키겠다고 고3 10월쯤을 기준으로 취업 준비를 했는데, 알게 모르게 미리 조기 실습을 나가고 취업한 아이들이 저보다 더 일찍 사회로 나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어요."

박지수(18) 양은 서울 노원구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3학년이다. 역시 2학기에 의료계열로 현장실습을 나갈 계획이다.

“사실 중학교 때는 미용‧뷰티 계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쪽을 파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람의 피부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유튜브 강의로 피부에 대해 공부했어요. 여드름 고민을 하는 친구가 제가 추천해 준 세안법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 걸 보고 깨달았죠. 아, 난 피부로 나가야겠다.”

지수 양이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는 현장실습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원하는 분야의 실무를 익힐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사실 특성화고가 전문계고였잖아요. 그 역사까지 합치면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는 30년도 더 됐어요. 근데 그게 문제 있다고 아예 시기를 늦춘다? 기간도 확 줄여 버린다? 이건 땅이 썩었다고 그 땅에 뿌리내린 식물을 모두 뽑아버리는 행동밖에 안돼요."

하지만 현장실습제의 급변 배경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들의 연이은 사망 사고가 있었다. 2017년 제주도 음료회사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비극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부가 오는 2학기부터 현장실습 기간 6개월로 원위치시켜 현장실습 기회도 회복될 가능이 높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건 현장의 안전문제다.

선배들의 죽음에 재학생들도 설렘보다 눈물이 앞선다. 지수 양은 “사망사고를 접할 때마다 정말 펑펑 울었다”며 “우리 반 아이들 모두 그랬다”고 잊고싶은 순간을 떠올렸다. 학교와 사업장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권리를 서로 떠넘기더니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이뤄진 ‘어른들’의 활발한 논의는 고맙지만 불만도 많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교와 사업장 사이에 '낀 신세'다. 사업주는 학생들을 '싼 노동력'으로만 여기고 다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니 아예 뽑지 않으려 한다. 학교는 취업률에 목을 매니 어떤 식으로든 실습간 기업에서 버텨주기를 바란다. 학생은 다쳐도, 괴롭힘을 당해도 사업장과 학교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도 현장실습생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수 양이 바라는 것은 실습 현장에서 정당한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지수 양은 “특성화고를 오는 이유가 백이면 백 일찍 실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학교 졸업반 인턴사원은 사회인이라고 환영하면서 우리는 왜 ‘실습생’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경엽 의정부공업고등학교 교사(좌측)와 의정부공고의 실제 수업 모습. /김경엽 교사 제공

◆현장실습 말리는 선생님 "제자 부고 보고싶지 않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취업률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취업보다 제자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많다. 교사 생활 18년째를 맞은 김경엽 의정부공업고등학교 교사(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도 그렇다. 1학년 담임을 맡은 김 교사는 새내기 학생의 진로상담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담실에서 제자를 마주한 김 교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얘들아~ 현장실습, 안하면 안되겠니? 꼭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김 교사는 특성화고 교사의 삶을 ‘살얼음판’이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많은 학생을 빠르게 취업시키는지를 지표로 삼은 현 특성화고 존재 목표와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실습장에 매일같이 봐온 제자를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교사의 꿈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제자 죽는 걸 안보는 것”이다. 교직생활 내내 제자의 부고소식을 접하지 않고 은퇴한 교사가 제일 행복한 교사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특성화고에서 키워낸 제자의 사건사고는 잦은 편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크면 그때 일해도 늦지 않다”고 아이들을 타이른다. 취업률에 있어 소수점 하나까지 민감한 것이 학교 측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은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미운 털을 자처했다.

그런 김 위원장도 한때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특성화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때는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빵 공장도 활발히 돌아갔다. 공장을 돌리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공장이 눈을 돌린 곳은 특성화고였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이용해 김 위원장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만 수십명을 뽑아 갔다. 한 사업체당 1~2명 정도를 보내는 평소 분위기와 달랐다.

김 교사는 뭔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그의 반에서도 학생 1명을 보내며 “3교대만은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고 좋아하던 학생은, 담임선생님이 “이것만은 안된다”고 당부한 3교대 근무를 하다 한 달 만에 뛰쳐나왔다. 여전히 현장에는 “내가 나가면 학교 볼 낯이 없다”는 생각 아래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는 실습생들이 기계처럼 일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 그 학교가 취업률 2~3위였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3교대 근무로 몰아넣은 결과”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기 취업 후 졸업까지 한 제자들이 ‘어차피 고졸’이라는 편견 속에서 대입으로 떠밀리는 상황도 흔하다. 특성화고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 교사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고 일갈했다. 자신은 철저한 개인주의자라고 자부하는 김 위원장은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살면 그만”이라면서도 “스폰지처럼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까지 빨아들이는 아이들이, ‘학벌 피라미드 사회’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학생들은 취업과 안전 중에서 양자택일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김 교사는 학교가 좀더 사업장 환경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교사가 주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환경을 점검하고는 있지만 허점이 많다. 교사도 사업장을 가도 뭐가 위험한지 알 수가 없다.

김 교사는 "한 선생님은 실습 중 화학물질에 노출돼 피부병이 걸렸는데도 그걸 몰랐다.전교조 차원에서 화학물질을 연구하고 성분을 밝혀내서야 위험군이구나 알게 됐다"며 "전문가들을 배치해서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한다.

. /'진실의힘' 제공

◆'남보다 빠른 실무' 홍보문구 뒤에 도사린 위험

강석경 씨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아이가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던 평범했던 엄마의 삶은 그날 이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들 동준이는 중학교 시절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진학을 고려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좀 더 빨리 일을 배워 현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택했다. 엄마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원서 넣는 순간까지 아들과 (마이스터고 진학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빨리 일을 배우겠다는 동준 군은 실무 중심의 수업이 적성에 맞았는지 학교생활 내내 즐거워했다. 강 씨도 그런 아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한시름 놨다. 동준 군이 졸업을 앞두고 CJ제일제당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을 때도 “학교도 잘 다녔는데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던 동준 군에게 가공식품 포장이라는 단순 업무를 배정했다. 이제 막 현장에 나온 고등학생에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매섭게 몰아부쳤다. 회식 자리에서는 폭력을 행사했다. 동준 군은 2014년 1월, 사내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강 씨는 그제야 많은 것이 보였다. 그 역시 15년간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사회생활’이라는 미명 아래 부당함도 많이 겪었지만 어른의 삶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인격까지 말살하는 어둠의 손길이 뻗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얼마전까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로 불렸지만 이제는 '사회운동가 강석경'이 됐다. 산업재해 피해가족으로 구성된 ‘다시는…’은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해 2019년 연초 정식으로 출범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재단법인 '진실의힘'에서 주최한 제9회 진실의힘 인권상의 주인공이 됐다. 10여 명의 산업재해 피해자 유족으로 구성된 이 단체를 결집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은 물론 "자식 먼저 보낸 사람끼리 모였다"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실적 압박으로 사망한 홍수현 씨 아버님, 외식업체 ‘토다이’ 근무기간에 사망한 동균이 아빠, 제주 생수공장에서 사망한 민호 군 부모님, '수원 엘리베이터‘ 태규네. 이렇게 활동하고 있어요. 저도 회사생활을 해봤지만, 이렇게 노동운동가로 살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산업재해 피해 사례는 많았지만, 유족을 다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0여 명이 넘는 유족이 모여 피해가족 네트워크를 결성할 수 있었던 데는 ‘해도 해도 너무 한’ 사망사고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마주한 거대한 슬픔에 활동을 꺼렸던 유족들은 1년이 멀다하고 터지는 특성화고 학생의 사망사고에 용기를 냈다. 더불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TvN에서 근무한 고 이한빛 피디 등 특성화고와는 거리가 있는 산업재해 유족들도 힘을 더했다. 삼성반도체공장 근무 중 직업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 역시 삼성LCD 근무 중 뇌종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고 한혜경 씨 유족도 ‘다시는…’의 식구다.

강 씨는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을 다룬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집필에 참여하는 한편, 안전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등 노동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게 권리와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단순노동에 시달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무거운 과제다. 강 활동가는 “아이들에게는 늘 스승이 있어야 한다. 실습장에서 만난 선배와 사수가 그 역할을 했어야 한다”며 “그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일 텐데, 현장실습으로 오는 학생들을 부려먹기 좋은 존재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 씨는 동준 군을 비롯해 특성화고의 홍보 책자에 크게 박힌 ‘남들보다 빠른 실무’ 문구만 보고 현장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직 복잡한 법을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것만큼은 강조하고 싶어요. 제발 학생들에게 충분히, 충분히 알려주라고요. 자대배치를 받기 전에 훈련병들이 4주간 기초훈련을 거치는 것처럼, 대졸 신입사원이 업무에 앞서 연수를 받는 것처럼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실습현장의 현실이 어떤지 교육하는 체계가 교육법에 명시돼야 해요. 아이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ilraoh_@tf.co.kr

원문 출처 [벼랑끝 특성화고①] 대학생은 인턴사원…우리는 왜 실습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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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력 규탄' 위해 거리로 나온 학생들…도심 '스쿨미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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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력 해결을 촉구하는 스쿨미투 집회가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렸다. /뉴시스
교내 성폭력 해결을 촉구하는 스쿨미투 집회가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렸다. /뉴시스
교내 성폭력 해결을 촉구하는 '스쿨미투' 집회가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렸다. /뉴시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성차별·성폭력 해결 촉구[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도심 한복판에서 교내 성폭력 규탄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교사들의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의 일환이다.

전국 30여 개 학생 단체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 오후 2시부터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다. 교내 성차별·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교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학교와 사회에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주최 측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여학생들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위계질서를 기억한다"며 "학교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부당한 권력 행사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스쿨미투'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에서 남교사들의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고발로 시작됐다. 사진은 건물 유리창에 '미투(ME TOO)' 문구를 붙인 용화여자고등학교의 모습. /이덕인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학교 교사로부터 "여자는 허리를 잘 돌려야 한다". "예쁜 아이는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교사들에게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스쿨 미투'가 공론화되거나 화제가 되지 않으면 사건이 묻히거나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2차 가해 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최 측은 또한 전국 각지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고발한 학생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 사례와 고발문을 다른 참가자가 대독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또한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연대'의 의미를 담은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끝난 후 마무리집회에서는 자유발언을 통해 '스쿨미투'의 공론화와 확실한 처벌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쿨미투'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 96명이 국민신문고에 남자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주최 측은 오는 18일 오후에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atonce51@tf.co.kr

원문 출처 '교내 성폭력 규탄' 위해 거리로 나온 학생들…도심 '스쿨미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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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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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장애 학생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때렸어."

인강학교 장애 학생은 "맞았어?"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3번 반복했을 때 입을 열었다. A군은 사태의 심각성이 세간에 드러난 이후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도 '악마의 소굴'에 사랑하는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심정이다. 특수학교 교육과정 총 12년 중 수료까지 1년 여밖에 남겨 놓지 않았지만 폭력에 노출된 장애 학생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인강학교 재학생 A(18·남)군은 특수학교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A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인강학교로 전학을 갔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일반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A군이 자폐 성향으로 인해 일반 학교 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된 A군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내심 A군을 노원구 하계1동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서울 동천학교'로의 전학을 바랐다. A군의 가족이 30여 년 째 거주하고 있는 상계동도 행정구역상 도봉구가 아닌 노원구였기 때문이다. 위치도 거주지 기준 인강학교(4.78㎞)보다 동천학교(2.33㎞)가 더 가까웠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에 따르면 교육감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자를 해당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와 능력, 보호자의 의견, 학교 인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근 지역 내에서 유동적인 배치가 가능하다.

A군은 동천학교에 가지 못했다.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다른 장애 학생 학부모로부터 인강학교가 자폐 성향을 가진 장애 학생을 잘 돌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라는 생각으로 A군을 인강학교에 보내게 됐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하려 알아보니까 노원구에 동천학교가 있었지만 동천학교는 포화상태라며 아이가 배정된 인강학교로 보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며 "노원역 4호선을 지나가는 기점으로 학교가 배치돼기 때문에 아이가 인강학교에 배정된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은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 초과로 인해 집에서 5㎞ 가량 떨어진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다음 지도 갈무리

◆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는 갈 곳을 잃었다

A군의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A군은 학교를 지난 7년 간 무탈하게 다녔다. 오히려 A군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자폐 성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한 아이었지만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노란색 스쿨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가만히 앉아 버스가 오는 도로를 바라보던 아이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A군은 옆머리에 1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두피 흉터가 생겨왔다. 마치 잡아뜯긴 것처럼 한 움큼 파여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정수리 부문에도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올라온 모습을 기억했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A군이 집에 왔는데 그렇게 불안해 하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선생님과의 신뢰가 깨질까봐 학교에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드름 때문에 빠졌나 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사건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회복무요원이 A군을 사탕을 주겠다고 불러서 갈비뼈를 6~7차례 때리는 등 폭력을 가했다고 답했다.

A군은 동영상에 나오는 폭행을 당한 학생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초 학교측은 A군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더팩트> 보도 다음 날인 5일, 인강학교 선생님 3명이 A군의 집에 찾아와서 "동영상에 아이가 없기 때문에 A군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집에 찾아온 선생님들은 "요즘에는 터치만 해도(닫기만 해도) 고소가 되는 세상이다. 우리를 가해자로 보시는 게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다음 날인 6일에는 인강학교 교장 직무대행이 A군의 어머니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냈다. '동영상에 A군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즉시 교장 직무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그거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다 아시잖아요"라고 반문하자 교장 직무 대행은 "죄송하다. 그러면 선생님을 어떻게 할까"라고 울먹였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연락을 받고 너무 황당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행의 발언을 통해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됐다고 의심되는 지난해 6월 이후에도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학교 측에서 간접적으로 시사한 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된 게 지난해 6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A군의 어머니는 "어떻게 뻔뻔하게 그럴 수 있냐"며 학교를 찾아가 따져봤지만 학교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해당 선생님을 수업에서 배제하게 했고 연구실에 격리 조치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이에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인강학교 교원들이 전부 교체되거나 이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A군의 등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군이 안정을 찾고 학교를 다시 가고 싶어할 때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일하고 있는 교원들 밑에 아이를 다시 보낼 생각은 없다. 어떤 부모가 그렇겠나"며 "30년 넘게 살아온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아이 전학을 위해 이사를 가더라도 자리가 있어야 갈 뿐더러 이 꼴이 난 인강학교에서 전학 가는 아이를 다른 학교에서 받아줄리 만무하다. 현재로써는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아니라면 이와 같은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역 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낼 수 있다"며 "하지만 특수학교는 많지 않고 충원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른 데 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장애 학생이 고등교육 과정까지 올라가면 특수학교 내 충원할 수 인원은 초등, 중등보다 더욱 제한적이게 된다"며 "학부모가 아이를 다른 데 보내고 싶어고 그 곳에 자리가 없으면 못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도봉구 내 특수학교는 인강학교 하나 뿐이다. 학부모님들은 아이가 현실적으로 전학을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학교 눈치를 보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폭행당한 학교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다.

2kuns@tf.co.kr

원문 출처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③] '폭행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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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 투표 인증女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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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자에게 기표한 뒤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SNS 올린 여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와 부인 김미경 씨(왼쪽), 딸 설희 씨가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제7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더팩트 DB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자에게 기표한 뒤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SNS 올린 여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와 부인 김미경 씨(왼쪽), 딸 설희 씨가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제7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더팩트 DB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자에게 기표한 뒤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SNS 올린 여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와 부인 김미경 씨(왼쪽), 딸 설희 씨가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제7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재필 기자]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찍고, 투표지를 사회관계서비스(SNS)에 게재한 여성에게 벌금형이 부과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 모(30)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투표 비밀을 유지함과 아울러 공정하고 평온한 투표절차를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 씨가 범죄전력이 없고 위법성에 대한 확정적 인식, 선거 영향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 5월 9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소재 투표소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자에게 기표한 투표지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후 약 2시간 뒤에 기표소에서 촬영한 투표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jpchoi@tf.co.kr

원문 출처 안철수 대선 투표 인증女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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