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체육대회를 허하라'…인권위, 동대문구청에 권고
카테고리 없음"성적지향에 따른 취소는 차별행위"[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성소수자 행사에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지자체의 조치는 차별행위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서울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에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A씨에 따르면 자초지종은 이렇다. A씨는 2017년 9월 동대문구체육관을 빌려 여성 성소수자 체육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회 날짜를 10월 20일로 정하고 동대문시설관리공단에 체육관 대관을 신청해 9월 19일 사용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엿새 후 A씨와 함께 대회를 주관한 B씨는 공단 대관 담당자로부터 “성소수자 행사라 민원이 많다. 미풍양속 때문에 (대관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음날 공단은 “10월 20~21일 체육관 천장 공사로 대관 취소가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홍보 포스터를 100매 주문해 부착하고 SNS로 활발히 홍보하던 중 날아온 소식이었다.
A씨는 해당 구청과 공단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한 것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체육관 지붕 태양열 집열판의 파이프 누수로 천장공사가 필요했다”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유독 체육대회가 열릴 21일에 공사를 실시한 것에는 “원래는 7월부터 하고 싶었으나 먼저 해야 할 공사가 많아 미뤘다”며 “평일에는 체육관의 다른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공사 진행이 어렵고 외부 대관하는 주말만 고려하다보니 해당 날짜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구청 측 주장과 달리 공사를 하기로 한 21일 오전에 대관 신청을 한 동대문구 모 어린이집에는 “그날 공사가 있으니 다른 날로 (행사 날짜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확인됐다. 이 어린이집은 한 달 후 같은 체육관에서 무리없이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A씨가 제출한 진정서 및 의견서, 공단 담당자들의 진술, 2017년 공단의 공사계획, 대화 녹취록 등을 입수해 조사했으나 공단 측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찾지 못 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구청과 공단에 “성적지향을 이유로 체육관의 대관 허가를 취소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소속 직원들에게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도 요청했다. 성소수자 단체의 행사 개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민원이 다수 발생하면 구청 측이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소수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성적지향성을 이유로 시설 이용에 차별을 받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숭실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을 담은 영화 상영회를 위해 세미나실 대관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이 불허했다. 한동대학교에서도 2017년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등 관련 강연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대관을 불허한 일이 발생했다. 인권위는 두 학교의 행위에도 성소수자 차별이라 판단하고 대관 허용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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