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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트럼프와 리용호 '막말', '개소리'에서 '반려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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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겟다고 하자 북한은 개소리라고 맞받아쳤다. 개는 이제 반려견의 위치까지 격상되며 소통의 촉매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관계에선 극단으로 치닫는 매개체로 인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겟다고 하자 북한은 개소리라고 맞받아쳤다. 개는 이제 반려견의 위치까지 격상되며 소통의 촉매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관계에선 극단으로 치닫는 매개체로 인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겟다'고 하자 북한은 '개소리'라고 맞받아쳤다. 개는 이제 반려견의 위치까지 격상되며 소통의 촉매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관계에선 극단으로 치닫는 매개체로 인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개’, ‘개소리’ 또는 ‘대화의 촉매제’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언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응수할지 내심 궁금했다. 평소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자존심 강한 북한이 가만히 있지 않으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개’였고, 이를 보고 ‘역시나’란 생각이 들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개 짖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는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깔아뭉갰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는 말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개의치 않고 내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개가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개를 가까이 했지만 귀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개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소통하는 일이 많아져 개 위상은 많이 높아졌다./ 더팩트DB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개를 가까이 했지만 귀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집 밖에 묶어두고 마구 키웠으며 여름철에는 보신 음식으로 먹을 정도로 푸대접을 했다. 그래서인지 개와 관련된 말은 많지만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리용호가 ‘개소리’ ‘개꿈’ 등 ‘개’로 한방 먹인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 팔자가 상팔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처럼 속담에 나오는 개에는 약간 깔보는 마음과 조롱이 담겨 있다. ‘개소리’처럼 개와 관련된 조어로 넘어가면 이미지가 더 좋지 않다. 우선 떠오르는 게 욕이다. 욕의 대명사인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남녀 앞에 ‘개’가 붙으면 ‘개놈’ ‘개년’ 등 쌍소리가 된다. 또 단어 앞에 ‘개’가 붙으면 ‘질이 떨어지는’ ‘헛된’ ‘쓸데없는’ 등의 뜻이 돼 나쁜 의미의 접두사로 애용된다.

어지럽고 무질서하고 난잡한 모습을 ‘개판’이라고 하고, 상대편이 헛된 꼼수를 부리는 것을 ‘개수작’이라고 한다. 헛된 꿈은 ‘개꿈’이고, 살구에 개가 붙으면 질이 떨어지는 ‘개살구’가 된다. ‘개나발’, ‘개차반’이란 말도 있다. 리용호의 ‘개소리’ ‘개꿈’이 어떻게 영어로 옮겨졌는지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런 비하하고 천대하는 감정까지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개가 대접을 받아 아끼고 가지고 노는 ‘애완동물’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뛰어들어 ‘개’의 지위는 ‘애완’에서 삶을 함께 하는 ‘반려’의 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걸맞게 대우나 처우도 좋아져 개가 죽으면 ‘노제(路祭)’를 지내기도 한다고 한다.

견공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10만년 넘게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어떤 동물보다도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읽기 때문일 것이다. 즉 교감,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개들은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해 주인과 의사소통을 한다. 주인이 하품을 하면 따라 할 정도다. 개는 또 정직하다. 개를 키워 본 사람들은 개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사람 간 교류와 접촉이 적어져 점점 소외되고 단절되는 불통의 시대에 주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말벗이 되어주니 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동네 공원에 가면 반려견 시대라는 걸 실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를 끌고 나와 산책을 하는데, 대화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 개다. 서로 모르는 사람도 오가다 개와 마주치면 상대편 개의 상태, 습관 등을 물으며 오랜 친구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대화가 술술 풀린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개를 키우면 조금이라도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아무래도 그건 ‘개소리’나 ‘개꿈’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thefact@tf.co.kr

원문 출처 [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트럼프와 리용호 '막말', '개소리'에서 '반려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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