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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는? 사람과 사람의 교감 예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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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타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할 다짐을 남기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예술적 행위로 여겨진다. 타투이스트 독고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오늘날 타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할 다짐을 남기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예술적 행위로 여겨진다. 타투이스트 독고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오늘날 타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할 다짐을 남기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예술적 행위로 여겨진다. 타투이스트 독고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상>편에 계속

타투이스트에게 직접 들어본 타투, 그리고 타투를 새겨넣은 '순간들'[더팩트ㅣ마포=임현경 기자] "타투를 새기던 모든 순간을 기억해요." 타투이스트들은 타투를 몸에 새기는 행위가 오롯한 예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님과 나눴던 이야기, 그날의 분위기, 그때의 감정과 결심들을 영원히 몸에 간직하는 일 자체가 그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자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과거 조직폭력배들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용이나 호랑이를 몸에 새겼던 행위로서의 문신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다. 오늘날의 타투는 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하기도, 숨기고 싶었던 상처와 결점을 드러내고 싶은 매력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소방관이 새긴 타투가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당시 타투이스트 민솔은 자신의 SNS에 현직 소방관의 몸에 새긴 작업물을 공개했다. 손님의 왼쪽 가슴에는 심전도 곡선과 함께 'KOREA FIRE FIGHTER(대한민국 소방관)',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직업상 언제 어떻게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릴지 몰라, 최대한 남들이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법상 타투는 불법이고, 타투를 몸에 지닌 사람은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새기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더팩트>는 지난 1일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사) 지화, 독고와 함께 3시간가량의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타투에 대한 편견부터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 타투이스트로서 이루고 싶은 꿈까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타투이스트 지화는 부득이한 개인사정으로 인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타투이스트 독고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타투이스트 독고의 손. /마포=배정한 기자

# 타투, 사람과 사람 '상호작용'으로 빚어낸 예술

-두 분이 타투를 배우기로 결심했을 땐 지금보다도 인식이 좋게 바뀌기 전이었을 텐데, 타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화 그냥 매력 있었어요. 보자마자 '해보고 싶다'해서 바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시작했어요. 회사는 다시 들어가면 되니까. 이만큼 잘될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잘 돼서 다행이죠. 그림 그리는 건 원래 좋아했어요.

독고 저는 원래 꿈이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였는데, 늘 '안 돼'의 연속이었어요. 집도 그랬고 선생님도 그랬고. 초등학교 땐 그나마 자유로웠는데 중학교 때부터 '아 난 화가를 못 하겠다' 느꼈죠. 경쟁에서 졌구나.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들이 제가 그리는 걸 존중하지 않았고, 그림의 방향을 잡아주기 시작했고. '실력'이라는 게 뭔지 답이 정해져 있었고요. 늘 '안 된다' 속에서 살다가 조금 거친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또래들이 문신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에요.

그 당시에는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하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안 된다고 하면 '왜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니까. 이거는 내가 할 수 있겠다. 잘할 수 있겠다. 저 어른들도 '안 된다'는 말에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 계속하고 있구나. 나랑 잘 맞겠다. 그래서 시작을 했죠. 또, 멋있었어요. 피부 위에 그림을 그리다니. 화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타투에 대한 타인의 편견을, 타투를 통해 뒤바꾼 경험이 있을까요?

지화 제가 일단 그랬어요. 타투를 배우기 전에 제가 아는 타투라곤 딱 하나, 이레즈미(일본 전통 문신)였어요. 저도 타투에 대해 전혀 몰랐거든요. 모르니까 편견을 갖고 있었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타투를 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접해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자라왔으니까요. 그런데 서울에 오고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타투 종류가 되게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니구나, 나쁜 게 아니구나, 느끼게 된 거죠. 또, 제 주변에서 '지화님 작업 통해서 편견이 바뀌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독고 지화 누나 타투는 진짜 예뻐서. 누나 등장 이후에 국내에서 타투를 받는 여성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사람들이 타투에 대해 갖는 이미지의 성향이 '세고 무서운 것'으로 기억할 거예요. 그런데 누나 같은 경우는 작업물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런 공격적인 게 하나도 없어요. 뾰족한 게 없어서 사람들의 생각을 180도로 바꿀 수 있어요. 분명 누나의 작업물을 보면 '예쁘다'란 감상이 드는데, 예쁘다는 건 '타투도, 타투를 하는 사람들도 무섭다'는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깨는 거니까요.

지화 타투는 절대 혐오적인 게 아니거든요. 타투를 했다고 피해를 주는 것도 없고요. 그저 만들어진 안 좋은 편견일 뿐인데. 예를 들면 부모님 세대도 저랑 같은 경험을 하신 거예요. 딸이 타투를 받고 왔는데, 우리가 아는 타투 외에도 다양한 타투가 있구나, 긍정적으로 '생각보다 괜찮네?' 생각하신 거죠. 나쁜 게 아니라, 타투는 타투일 뿐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왔어요.

독고 그래서 SNS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작업물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길, 예술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림, 디자인의 형태만 본다면 그건 어디에 그리든 예술일 거예요. 게다가 타투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예술적이라고 생각해요. 시(詩)적이죠. 평생 남는 것이고, 스스로가 작품을 갖고 다니는 전시장이 되는 거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타투의 의미를 설명해줄 수도 있고, 타투를 보며 당시의 의미를 되새길 수도 있어요. 잠시 향수에 빠질 수도 있겠죠. 행위가 가진 메시지 그 자체가 굉장히 시적이라고 보는데, 그걸 좀 이해시키고 싶어요.

지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타투는 단순히 그림을 새기는 행위가 아니에요. 저는 타투를 해줬던 모든 순간을 기억해요. 그때 했던 이야기, 어떤 이유로 우리가 이 그림을 남겼는지. 그건 손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의미를 부여하고, 그 순간의 이야기와 마음가짐을 담아 평생 간직하는 거죠. 사람이 냄새만으로도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데 타투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게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이게 왜 의료행위로 빠지는지도 모르겠고, 타투를 받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텐데 언제까지 이걸 막아두기만 할 건지.

-최근 유튜브,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타투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화 그런 분들도 다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갖고 하는 거예요. 시대에 맞춰가려면 저희도 유튜브를 고려해야 하고, 최근엔 타투를 다루고 싶어 하는 기획사들도 많대요. 다양한 타투이스트의 목소리가 더 나와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타투스티커를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선사해요. 이를 통해 실제로 타투를 받기도 하고, '우와 이런 타투도 있네' 하며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니까요. 타투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니까. 제가 4년째 하고 있는데, 처음엔 거의 드물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타투스티커는 동네 문구점, 마트 등에서 어린이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타투스티커를 통한 간접 경험은 타투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타투이스트 지화 제공

#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연대하는 작업

-지금까지의 타투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지화 당연히 있죠. 솔직히 모든 작업이 그렇지만, 최근에 가장 의미 있었다고 느꼈던 건 '소녀상' 작업이에요. 손님이 제주도 분이었는데, 이왕 첫 타투를 받는 거라면 제주도 사람에게 받고 싶으셨대요. 저도 제주도 사람이거든요. 그분은 절대 잊어선 안 되는 역사적인 사건, 4.3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래서 소녀상 실루엣에 '순수'라는 꽃말을 가진 데이지와 제주도의 동백을 새겼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아서, 이 비용을 받기보다는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그분의 타투 비용에 제 사비를 보태서 관련 재단에 기부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 있었고, 저도 손님도 뿌듯하게 끝냈던 작업이었어요.

독고 저도 소녀상을 작업한 적이 있어요. 재작년 3.1절, 일제강점기에 맞서 싸웠던 역사와 이야기를 주제로 '다시, 봄'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70명을 모집해 무료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거였죠. 결과적으로 한 달 반 동안 총 78명을 작업했어요. 그중 한 분이 소녀상을 새겼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로 기억해요. 3일간 전시를 하면서 굿즈 판매 비용으로 380만 원을 벌었어요. 처음엔 유공자들께 드리고 싶었는데, 관리를 사립단체가 하더라고요. 직접 전달할 수 없고 오직 단체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다고 해서, 시선을 돌려 찾은 곳이 조손 가정이었어요. 3명의 아이에게 기금을 나눠 전달했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기부하길 정말 잘했다', '나약한 소리 좀 그만해야겠다' 였어요. 앞으로 더 도와주자 결심했고요.

독고 저도 모든 손님이 다 기억나요. 왜냐면 작업 방식 자체가 대화 시간이 길거든요. 일단 손님이 오시면 3시간 정도는 대화를 해요. 타투 얘긴 안 해요(웃음). 그다음 디자인을 2시간 정도, 작업을 3시간 정도 하죠. 그래서 하루에 한 분씩만 작업하는데, 당연히 모든 손님이 기억이 날 수 밖에요. 최근에 기억에 남는 작업은 친구 허벅지에 한 'life'라는 제목의 작업이에요. 4년쯤 된 손님이자 동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원래는 손등에 작업을 받으러 왔었어요. 그런데 대화가 길어지다 보니 이전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많이 했어요. 당시 제가 많이 변했던 시기여서 나를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고, 많이 내려놓고 대화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녀석이 4년 동안 꺼내지 않았던 자신의 아픈 상처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걸 듣다 보니 머릿속에서 작업이 그려졌는데, 손등보다는 허벅지에 어울리는 도안이었어요. 그래서 허벅지에 하게 됐죠. 아침에야 작업이 끝났어요. 그 친구가 아침 9시 출근이었는데 작업이 10시에 마무리됐어요.

-네? 그럼 회사에 늦은 건가요?

독고 그 과정에서도 제가 부탁을 했어요. "미안하다. 그런데 난 이 작업을 대충 하기 싫다. 만약 네가 회사에서 잘리면 내가 널 먹여 살릴 테니까, 그냥 가자." 이렇게. 미안해서 돈도 안 받았어요. 친구가 이후 연락이 왔어요. 지금까지 회사에서 지각한 적이 없어서, 오늘 늦은 이유를 솔직히 말하니까 봐줬다고.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됐죠. 저마다 다 사연이 있어요. 각자 다 슬프고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끄집어내다 보니 손님의 얼굴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이야기는 떠오르죠. 이걸 왜 그려야 했는지.

타투이스트 지화는 유방암 환자들을 돕는 커버업(흉터 등을 덮는) 타투 재능기부를, 타투이스트 독고는 대통령과의 작업을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았다. /배정한 기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손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타투이스트로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을 것 같아요.

지화 저는 옛날부터 생각했던 게 두 가지가 있어요. 일단 첫 번째는 상처 커버업 작업이에요. 단순 상처 커버업은 아니고, 유방암 수술하신 분들이 수술 부위의 상처를 타투로 덮는 경우가 많아요. 이 작업을 정말 하고 싶거든요. 작업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이런 분들을 위해서 무료로 작업을 하고 싶어요.

두 번째는 타투스티커. 스티커는 항상 혼자 생각했던 건데, 제가 봉사활동을 조금 했었어요. 그때 보면 자폐 아동이나 치매 노인들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목걸이나 팔찌를 착용해야 하는데, 몸에 뭔가 닿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잘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타투스티커를 제작해 관련 시설에 기부하면, 그분들이 외출하거나 행사를 참석하거나 할 때 손이 닿지 않는 부위에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예를 들면, 본인은 보이지 않는 목 뒤에 숫자 스티커로 연락처를 남기는 거죠. 목걸이나 팔찌처럼 신경 쓰이지도 않고, 긁어서 없어지지도 않고. 항상 생각만 하고 있어요.

-굉장히 공익적이네요.

지화 남을 도와주면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느끼게 돼요. 정신적으로도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항상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어요.

독고 저는 대통령? 단순히 대통령이 제일 높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잖아요. 그런 사람이 타투를 새긴다면, 그날이 온다면 대한민국은 굉장히 많이 바뀌어있지 않을까요. 억지스럽지 않게 제가 해왔던 패턴대로. 그 상대가 대통령이 왔으면 좋겠어요. 원래 이런 꿈은 허망할수록 좋잖아요.

지화 크면 클수록 좋죠(웃음).

타투이스트들은 모든 작업의 순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긴 대화를 통해 도안을 고르고 타투를 새기며 깊은 교감을 나눴기 때문이라고. /타투이스트 지화 제공

-정말 긴 인터뷰였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독고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게 목적인데,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태도를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 결코 들리지 않는 메아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감히 독자께 부탁을 드리자면, 앞으로 이 내용뿐 아니라 모든 사회 이슈나 문제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기준 안에서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본인에게 질문하고 사회적으로 말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판단과 결정은 자기의 기준과 신념 안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거죠.

제가 사실은 이런 인터뷰를 많이 거절해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논리보다는 감정이 80% 더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텍스트로 옮겨지는 경우 아무리 육성을 실으려 해도 담기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적인 부분들이 빠진 채 들어본다면 그저 개인의 주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내용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사람들은 화자를 보고 그 사람의 말을 평가하기 때문에, 만약 언행 불일치의 모습이 영상이나 과거의 기록을 통해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쉽게 판단을 돌리잖아요. 글로써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살짝 무섭긴 하네요. 그래도 잘 써주실 거라 믿어요(웃음).

지화 저도 공감이 가요. 상처받을 순 있지만 어쨌든 목소리는 내야 하니까 인터뷰는 거의 다 응하고 있지만, 기사와 영상은 와닿는 게 다르더라고요. 글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imaro@tf.co.kr

원문 출처 [TF인터뷰-타투이스트] 타투는? 사람과 사람의 교감 예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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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년 옥외가격표시제&lt;상&gt;] 미용실·식당 '꼼수', 불만커지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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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2013년 1월에 도입한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5년 차다. 매장 면적 66㎡(약 20평)이상의 이·미용실과 150㎡(약 45평)의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을 의무 업종으로 외부에 5개 품목 이상의 서비스 가격을 표시토록 하고있다. 이어 지난 2016년 7월부터는 학원도 의무 업종으로 지정됐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가격 비교를 통해 업종 간의 공정 거래 및 업소의 신뢰도를 증진시키기 위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이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용실·음식점② 학원

"두 번 속이는 거 아니에요? 기분 더 나빠요"

옥외가격표는 고객 우롱하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더팩트| 변지영 기자] 지난 7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미용실을 찾은 강영미(36) 씨에게 외부 가격에 맞게 시술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돌연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입구에 붙여놓은 가격은 미끼 상품아니냐" 면서 "고객을 두 번 우롱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2달 전 바가지 비용을 내고 머리를 했다"며 "워낙 악곱슬이라 미용실에서 매직을 자주하는데, 입구에 세워 놓은 '매직 49000원'이란 입간판의 가격만 믿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이미 샴푸를 끝낸 상황에서 미용사가 '모질을 보니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클리닉을 받아야 한다'고 뒤늦게 고지해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외부 가격표는 믿지 않게돼 단골 미용실만 찾는다"면서 "명확한 제도 개선이 없다면 '충주 미용실 사건'처럼 부당한 요금을 내게 되는 건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라고 말했다.

강 씨가 말한 충주 미용실 염색 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26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한 미용실 업주 안모 씨가 고객에게 가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부당 요금을 받아온 사건이다. 특히 해당 미용실이 과거에도 장애인, 새터민(탈북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상대로 230여만 원의 부당요금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더했다.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알려진 데에도 당시 해당 미용실에서 뇌 병변을 앓고 있던 장애인에게 머리 염색 값으로 52만원을 청구한 사건의 영향이 컸다.

◆"미용실, 음식점 옥외가격표시제…미끼로 전락"

가격 비교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째지만, 가격표시 지침에 적합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요금을 고지해야 함에도 미용실에서는 모호한 가격을 표시한 상태다. /변지영 기자

지난 7일 <더팩트> 취재진은 직장인 손님들이 많은 서울시 구로구를 찾았다. 구로구에 위치한 대부분의 미용실에서는 옥외가격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구로구에 위치한 한 미용실은 오후임에도 시간을 내 찾아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입구 앞에는 컷트, 셋팅, 매직 등 각종 시술에 대한 가격을 책자로 고지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용사에게 앞의 가격을 보고 들어왔다고 전하니, 머리가 반 이상 탔다며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4~6만 원의 클리닉 시술을 포함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도가 잘 이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대다수 가격표가 그럴 듯 하게 최저금액만을 고지해 고객을 호객하는 쇼윈도 광고판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특히 게시한 가격표에는 요금 책정 기준을 모호하게 적은 뒤, 기장, 숱 등에 따라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에게 안내된 금액과 실제 금액이 다른 경우도 많아 소비자 선택권 강화와 업종의 신뢰도 증진이라는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오죽하면 소비자들도 입구에 세워둔 가격표시를 미끼 상품으로 인식하는 등 가격표 자체에 신뢰를 잃은 듯 했다.

이날 미용실을 찾은 김보람(29) 씨는 "그걸 누가 믿어요"라며 "천차만별인 미용실 가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부터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도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외부에 가격표가 배치돼 좋았다. 하지만 미용실 가격표에 적힌 가격만을 내고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미용실 업주들은 이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항변했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최종요금'을 미리 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옥외에 공지한 가격과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차이나는 이유를 묻자 4년 차 미용사 김모(31)씨는 "음식처럼 눈에 딱 보이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라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7년 차 미용사 송모(38)씨는 "솔직히 최저요금을 고지해야 소비자들이 찾아온다"면서 "기장이나, 숱 등의 이유를 들어 추가비용을 높이는 게 각 디자이너의 실적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홍보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미용실이 외부가격표에 표시해야하는 '가격'은 소비자가 해당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최종 가격으로, 부가가치세, 봉사료 등을 포함한 실제지불가격을 의미하지만 실제 미용실에 붙여 놓은 옥외가격표는 미끼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전국 211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옥외표시가격과 실제 지불금액을 조사한 결과, 추가요금이 발생하는 곳이 84.7%(179곳)에 달했다.

음식점 업주들은 가게 입구와는 거리가 있는 중앙 통로에 가격표를 세워두기도 했다. /변지영 기자

옥외가격표시제가 꼼수로 변질된 것은 음식점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로구를 비롯해 금천구, 경기도 동안구의 먹자골목에 있는 음식점들은 공통적으로 중앙 도로에 큰 현수판을 걸거나 입간판을 세우는 방식으로 옥외가격표를 업소를 광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식이나 분식집 등 단일 품목을 파는 업종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횟집, 호프집 등에서는 외부가격표시를 한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독 음식점들이 업종별로 옥외가격표시를 이행하는 데 편차를 보이는 것은 제도가 업종의 메뉴에 대한 고민없이 일괄적인 표시기준을 들이댔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 김원식 과장은 "타 업종에 비해 음식점은 한식, 일식, 중식 등 메뉴가 다양하다. 한식당의 경우 5개 이상 표시는 간단하지만 호프집이나 횟집 등은 사실 술을 올려야하는지 안주를 내야하는지 실효성이 떨어지고, 횟집은 싯가에 따른 변동이 있어 최종가격고지가 애매한 것"이라면서 "업계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구분해 제도가 적용되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위치한 음식점들은 입구 앞에 가격을 표시하는 대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가격을 표시해 보행자의 통행과 건물의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업소 입구에 옥외가격표시가 없는 이유를 묻자 족발집 업주 고모(62) 씨는 "아예 중앙 통로 앞에 크게 세워놨다"면서 "다른 업체들도 다들 광고 용도로 활용하는데 우리만 입구 앞에 표시하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옆 건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모(58) 씨도 "A4용지로도 가능하다는데 이렇게 많은 음식들 중에 무얼 골라 적어야 하느냐"면서 "그림을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구에서 떨어진 중앙에 현수막으로 세워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은 업종별로 옥외가격표시제 이행률에 차이가 발생했다. /변지영 기자

이를 단속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실제 시행법규에는 '외부가격표시물은 영업소의 입구나 주출입문 주변 등 소비가가 외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여야 한다'고 공시돼 있어 법에 명시된 게시 위치의 기준이 모호해 단속을 한다해도 행정처분을 받을 일은 희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다수의 업주와 소비자들은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의무인지조차 모르기도 했다. 이는 시행 후 5년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된 점검과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업주와 소비자들의 인식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이날 호프집을 찾은 김모(26)씨 "단순히 홍보를 위한 가격표시인줄로만 알았다"며 "밖에 있는 가격표를 보고 들어가면 가게에서 점심 메뉴와 가격이 다르다고 말해 비싼 값을 낸 적이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단속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관계부처의 '형식뿐인 단속'에 꼼수 가격표 늘어

이처럼 옥외가격표시제가 고객을 호객하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미용업계와 요식업계는 정부의 미비한 점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용업계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될 당시부터 의견 수렴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지자 우후죽숙 허위 요금을 기재하는 미용실들이 판치게 됐다며 허울 뿐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서영민 홍보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장의 미용실 가격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컷트의 경우만 해도 큰 미용실 같은 경우는 원장님의 경력 등에 따라서 책정되는 비용이 다르다. 궁여지책으로 옥외에 가격을 써두지만 그 간극이 너무 커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 국장은 "제도가 도입될 당시 현장 업주들이나 중간 의견 수렴인인 미용업계의 여론 수렴도 없이 공문이 내려와 법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서 국장은 "청주에서 장애인 폭리를 취했던 한 명의 미용사가 문제가 되면서 복지부에서 성급하게 부랴부랴 도입한 측면이 있다. 만드나마나 한 법이라면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주무부처 공무원들이 정책을 알고 대화를 할 만하면 자주 바뀌면서 도돌이표처럼 현장의 반영이 헛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 국장은 "사회가 신뢰 사회로 구축되면 가장 좋겠지만 무엇보다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목소리를 담은 관리 감독이 있다면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정착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의 열악한 점검 인원과 형식뿐인 점검 절차가 옥외가격표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이태호 사무관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제도는 입법예고를 거치고 절차를 밟아서 적절히 시행했다"면서 "미용실에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된 가격을 고지하지 않고 부풀려 받는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올해도 몇 차례 현장 점검에 나섰다"면서 "올 1월 서울, 경기, 충청권의 8개의 미용업소를 무작위로 방문해 이행 여부를 점검했지만, 적발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자주 바뀌면서 업계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무를 맡은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2년 주기로 발령을 나가다보니까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는 한정된 인원으로 모든 업소들을 점검하기란 무리라고 토로했다.

구로구청 위생과 홍지숙 주무관은 "재작년 12명이 구로구 전체를 돌며 미용실을 점검했다"면서 "행정처분이라기 보다는 시정조치가 가능한 부분을 계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일히 잡으면 업소 차원에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 주무관은 "재작년 구청의 점검 결과 옥외가격표시제를 위반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사실상 고지한 비용과 내부에서 지불하는 비용이 같은지에 대해서는 점검 과정에서 확실히 알 수 는 없다"고 전했다.

동안구청 환경위생과 식품안전팀 박직수 팀장도 "현재 동안구에만 380개 업종의 음식점들이 있다. 점검 결과 식당은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잘 정착하긴 한 상태"라고 일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김홍태 사무관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어떤 규제던 찬반이 나뉜다. 식재료 원료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나는데, 가격 표시의 효과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수렴해 신중히 검토히 진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특정 업소들이 옥외가격표시제를 홍보용이나 미끼 상품으로 변질해 활용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중심상권에서는 업소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면서 "단순히 표시했는지만을 확인하기보다 지불 비용이 같은지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효성 있는 옥외가격표시제의 시행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격표시 방법 및 형식의 표준화 방안 마련, 옥외가격표시지침 준수 지도 등을 관계부처와 각 지자체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hinomad@tf.co.kr

원문 출처 [시행 5년 옥외가격표시제<상>] 미용실·식당 '꼼수', 불만커지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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