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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란' 고려대생 "진실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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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시국선언 진상 규명 촉구 집회가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고려대 학생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 모씨(28)의 모교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임세준 기자

조국 후보자 딸 부정입학 논란 진상규명 집회[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 씨가 연구윤리를 위배한 논문으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에 입학했다는 논란이 뜨겁다. 조씨의 모교인 고려대는 조씨의 입학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인재발굴처(입학처)에 직접 전달했다. 집회를 결성한 집행부와 참여자 등 재학생들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오로지 조씨의 고려대 입학을 둘러싼 의혹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고려대 재학생 및 졸업생은 23일 오후 6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여 조씨의 부정입학 논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내 집회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구체적인 인원은 추산되지 않았지만, 참석자의 신원을 확인한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당초 예상한 100~200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학생들은 고려대를 상징하는 적갈색 피켓을 든 채 집회에 참여했다. 피켓에는 고려대 교훈을 인용해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자유·진리·정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등의 내용이 새겨졌다.

집회는 집행부 지휘 아래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집행부 사회자가 조씨 관련 논란을 설명하고 고려대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후 고려대 본관에 있는 입학처에 성명문을 전달했다. 성명문을 쥔 집행부의 뒤를 따라 수백여 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진상규명 촉구한다","정치간섭 배격하자", "진실에만 관심있다" 등의 구호를 복창했다.

재학생들이 이날 집회에서 학교 측에 요구한 것은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철저히 학교 내부에서 해결할 것 ▲과격한 행동을 일절 삼가하고 평화롭게 행동할 것 ▲조씨 입학의혹 진상규명 ▲문서보관실,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조씨 입학 자료 재심사 ▲부정입학 확인 시 조씨 학사학위 취소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진상규명 촉구 등이다.

고려대학교 시국선언 진상 규명 촉구 집회가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고려대 학생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 모씨(28)의 모교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임세준 기자

이날 집회는 엄숙한 사안에도 민중가요가 울려퍼지고 호랑이 인형탈을 쓴 학생이 돌아다니며 포토타임을 갖는 등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많은 인파가 모인데다 집회 시작에 앞서 자유한국당 등 극우 인사가 참석 의사를 밝혀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약 3시간에 걸친 집회는 자원봉사를 자처한 학생들과 집행부의 지휘, 재학생의 협조로 질서정연한 분위기였다. 1부 말미에 성명문을 전달하기 위해 중앙광장에서 본관을 거쳐 다시 복귀하는 긴 행렬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행렬을 지켜보던 주민은 "이런 아이들을 두고 그런 일(부정입학 논란)이 생기다니", "진실은 그 어느 것도 이길 수 없다"라고 외치며 힘을 북돋았다. 집회를 보기 위해 남양주에서 안암동까지 왔다는 원모 씨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면 그게 행복이었는데, 조 후보자의 논란을 보고 울분이 터지더라"며 "고작 캠퍼스에서 집회를 여는 것이 역부족으로 보일 수 있지만, 4·19 혁명과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나라를 바꾼 건 다름아닌 학생들의 몫이었다"고 강조했다.

이공계 전공자로 이제 막 연구실에서 뛰쳐 나와 집회에 참석했다고 소개한 한 학부생은 "전공자로서 조씨가 문제의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연구윤리 위반은 물론 고려대 입학 과정에서의 비리도 의심된다"며 "학교 당국은 조씨 논란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문제가 있다면 학위 취소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김동윤(통계학과 16학번) 씨는 "사실 이 논란은 특정 개인과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학생으로서 이번 논란을 통해 상류층 자제가 부모의 힘으로 '엘리트 입시 코스'를 밟아 대입에 성공하는 우리 사회 숙환을 실감했다"고 씁쓸해 했다.

촛불집회가 예정된 2부는 안전 문제로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는 것으로 대체됐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2부는 참여자의 자유발언이 줄을 이었다. 고위층 자녀의 입시 논란인 만큼 한 발언자는 "동생이 재수 중인데 형으로서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발언자는 "이런 부조리한 사회를 꿋꿋하게 살아온 아버지께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가수 싸이의 '아버지'를 열창하기도 했다.

ilraoh_@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조국 딸 논란' 고려대생 "진실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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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특성화고①] 대학생은 인턴사원…우리는 왜 실습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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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19일 서울 성북구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중 단체에서 발간한 책자를 자랑하고 있다. 좌측은 박지수(18)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3학년 학생, 우측은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한 S(19)씨. /송주원 인턴기자

안전사고·취업난·고졸차별 악순환…"정당한 권리 보장해줘야"[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마이스터(meister)란 독일의 전문 기술 직업제도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술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명장을 일컫는 말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하는 정규시험도 있을 정도로 독일에서는 실무 중심 전문가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장난감 등 세계적으로 ‘독일제’의 뛰어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공을 세웠다. 지금은 독일만의 직업교육 제도를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한국은 어떨까. 3시간 동안 꽉 막힌 공간에서 납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털털거리는 낡은 환풍기 뿐 마스크를 쓴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작업복은 꿈꾸기 어렵고 교복으로 대신한다. 납 연기를 마시다 걱정하는 학생에게 학교는 "졸업생들도 다 그렇게 배웠다"며 분발을 촉구한다. 지난 7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특고연)가 공개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이다. 이달초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도,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결정된 최저임금에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민감했다.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노동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청소년이 무의미한 대입경쟁을 하는 학벌 중심사회를 탈피하고자 ‘고졸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 상업‧공업고를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고졸 채용 유도 정책을 추진했다. 2010년 정부 지원 아래 산학 연계가 이뤄지는 21개의 마이스터고등학교가 개교했다, 2012년에는 모든 전문계고등학교를 특성화고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 특성화고는 고졸 전성시대 보다는 안전사고부터 고졸 차별, 취업불안까지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취업, 안전 모두 걱정…기업과 학교에 '낀 신세'

“교육부 진짜 ‘열일’(열심히 일하다)하나 봐요. 정책이 휙휙 바뀌어.”

올 4월 취업에 성공한 S(19) 씨는 특성화고 학생들 사이에서 ‘윗분들’로 불리는 교육부 관료가 존경스럽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를 100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방향을 뒤바꾼 교육당국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다.

사실 S씨는 3학년 2학기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고 취업준비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번듯한 직장에 취업되는 것이 모든 특성화고 학생들의 꿈이다. 그러나 ‘고2 겨울방학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통념을 온 몸으로 실감할 2017년 12월, 교육부는 현장 실습 시기를 여름방학 이후에서 겨울방학 이후로 미뤘다. 실습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은 아예 금지했다. 반발이 잇따르자 2018년 2월 20개가 넘는 기준을 통과한 일부 선도 기업의 조기 실습을 허용됐지만, 기업은 “20개 심사 거치느니 안 뽑고 말지”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부에서 특성화고에 대해 내놓는 유일한 통계인 취업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제가 그 직격타 1세대였어요. 정말 특성화고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법 지키겠다고 고3 10월쯤을 기준으로 취업 준비를 했는데, 알게 모르게 미리 조기 실습을 나가고 취업한 아이들이 저보다 더 일찍 사회로 나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어요."

박지수(18) 양은 서울 노원구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3학년이다. 역시 2학기에 의료계열로 현장실습을 나갈 계획이다.

“사실 중학교 때는 미용‧뷰티 계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쪽을 파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람의 피부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유튜브 강의로 피부에 대해 공부했어요. 여드름 고민을 하는 친구가 제가 추천해 준 세안법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 걸 보고 깨달았죠. 아, 난 피부로 나가야겠다.”

지수 양이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는 현장실습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원하는 분야의 실무를 익힐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사실 특성화고가 전문계고였잖아요. 그 역사까지 합치면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는 30년도 더 됐어요. 근데 그게 문제 있다고 아예 시기를 늦춘다? 기간도 확 줄여 버린다? 이건 땅이 썩었다고 그 땅에 뿌리내린 식물을 모두 뽑아버리는 행동밖에 안돼요."

하지만 현장실습제의 급변 배경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들의 연이은 사망 사고가 있었다. 2017년 제주도 음료회사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비극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부가 오는 2학기부터 현장실습 기간 6개월로 원위치시켜 현장실습 기회도 회복될 가능이 높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건 현장의 안전문제다.

선배들의 죽음에 재학생들도 설렘보다 눈물이 앞선다. 지수 양은 “사망사고를 접할 때마다 정말 펑펑 울었다”며 “우리 반 아이들 모두 그랬다”고 잊고싶은 순간을 떠올렸다. 학교와 사업장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권리를 서로 떠넘기더니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이뤄진 ‘어른들’의 활발한 논의는 고맙지만 불만도 많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교와 사업장 사이에 '낀 신세'다. 사업주는 학생들을 '싼 노동력'으로만 여기고 다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니 아예 뽑지 않으려 한다. 학교는 취업률에 목을 매니 어떤 식으로든 실습간 기업에서 버텨주기를 바란다. 학생은 다쳐도, 괴롭힘을 당해도 사업장과 학교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도 현장실습생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수 양이 바라는 것은 실습 현장에서 정당한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지수 양은 “특성화고를 오는 이유가 백이면 백 일찍 실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학교 졸업반 인턴사원은 사회인이라고 환영하면서 우리는 왜 ‘실습생’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경엽 의정부공업고등학교 교사(좌측)와 의정부공고의 실제 수업 모습. /김경엽 교사 제공

◆현장실습 말리는 선생님 "제자 부고 보고싶지 않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취업률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취업보다 제자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도 많다. 교사 생활 18년째를 맞은 김경엽 의정부공업고등학교 교사(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도 그렇다. 1학년 담임을 맡은 김 교사는 새내기 학생의 진로상담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담실에서 제자를 마주한 김 교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얘들아~ 현장실습, 안하면 안되겠니? 꼭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김 교사는 특성화고 교사의 삶을 ‘살얼음판’이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많은 학생을 빠르게 취업시키는지를 지표로 삼은 현 특성화고 존재 목표와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실습장에 매일같이 봐온 제자를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교사의 꿈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제자 죽는 걸 안보는 것”이다. 교직생활 내내 제자의 부고소식을 접하지 않고 은퇴한 교사가 제일 행복한 교사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특성화고에서 키워낸 제자의 사건사고는 잦은 편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크면 그때 일해도 늦지 않다”고 아이들을 타이른다. 취업률에 있어 소수점 하나까지 민감한 것이 학교 측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은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미운 털을 자처했다.

그런 김 위원장도 한때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특성화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때는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빵 공장도 활발히 돌아갔다. 공장을 돌리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공장이 눈을 돌린 곳은 특성화고였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이용해 김 위원장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만 수십명을 뽑아 갔다. 한 사업체당 1~2명 정도를 보내는 평소 분위기와 달랐다.

김 교사는 뭔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그의 반에서도 학생 1명을 보내며 “3교대만은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고 좋아하던 학생은, 담임선생님이 “이것만은 안된다”고 당부한 3교대 근무를 하다 한 달 만에 뛰쳐나왔다. 여전히 현장에는 “내가 나가면 학교 볼 낯이 없다”는 생각 아래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는 실습생들이 기계처럼 일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 그 학교가 취업률 2~3위였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3교대 근무로 몰아넣은 결과”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기 취업 후 졸업까지 한 제자들이 ‘어차피 고졸’이라는 편견 속에서 대입으로 떠밀리는 상황도 흔하다. 특성화고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 교사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고 일갈했다. 자신은 철저한 개인주의자라고 자부하는 김 위원장은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 살면 그만”이라면서도 “스폰지처럼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까지 빨아들이는 아이들이, ‘학벌 피라미드 사회’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학생들은 취업과 안전 중에서 양자택일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김 교사는 학교가 좀더 사업장 환경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교사가 주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환경을 점검하고는 있지만 허점이 많다. 교사도 사업장을 가도 뭐가 위험한지 알 수가 없다.

김 교사는 "한 선생님은 실습 중 화학물질에 노출돼 피부병이 걸렸는데도 그걸 몰랐다.전교조 차원에서 화학물질을 연구하고 성분을 밝혀내서야 위험군이구나 알게 됐다"며 "전문가들을 배치해서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한다.

. /'진실의힘' 제공

◆'남보다 빠른 실무' 홍보문구 뒤에 도사린 위험

강석경 씨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아이가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던 평범했던 엄마의 삶은 그날 이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들 동준이는 중학교 시절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진학을 고려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좀 더 빨리 일을 배워 현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택했다. 엄마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원서 넣는 순간까지 아들과 (마이스터고 진학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빨리 일을 배우겠다는 동준 군은 실무 중심의 수업이 적성에 맞았는지 학교생활 내내 즐거워했다. 강 씨도 그런 아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한시름 놨다. 동준 군이 졸업을 앞두고 CJ제일제당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을 때도 “학교도 잘 다녔는데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회사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던 동준 군에게 가공식품 포장이라는 단순 업무를 배정했다. 이제 막 현장에 나온 고등학생에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매섭게 몰아부쳤다. 회식 자리에서는 폭력을 행사했다. 동준 군은 2014년 1월, 사내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강 씨는 그제야 많은 것이 보였다. 그 역시 15년간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사회생활’이라는 미명 아래 부당함도 많이 겪었지만 어른의 삶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인격까지 말살하는 어둠의 손길이 뻗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얼마전까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로 불렸지만 이제는 '사회운동가 강석경'이 됐다. 산업재해 피해가족으로 구성된 ‘다시는…’은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해 2019년 연초 정식으로 출범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재단법인 '진실의힘'에서 주최한 제9회 진실의힘 인권상의 주인공이 됐다. 10여 명의 산업재해 피해자 유족으로 구성된 이 단체를 결집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은 물론 "자식 먼저 보낸 사람끼리 모였다"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실적 압박으로 사망한 홍수현 씨 아버님, 외식업체 ‘토다이’ 근무기간에 사망한 동균이 아빠, 제주 생수공장에서 사망한 민호 군 부모님, '수원 엘리베이터‘ 태규네. 이렇게 활동하고 있어요. 저도 회사생활을 해봤지만, 이렇게 노동운동가로 살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산업재해 피해 사례는 많았지만, 유족을 다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0여 명이 넘는 유족이 모여 피해가족 네트워크를 결성할 수 있었던 데는 ‘해도 해도 너무 한’ 사망사고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마주한 거대한 슬픔에 활동을 꺼렸던 유족들은 1년이 멀다하고 터지는 특성화고 학생의 사망사고에 용기를 냈다. 더불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TvN에서 근무한 고 이한빛 피디 등 특성화고와는 거리가 있는 산업재해 유족들도 힘을 더했다. 삼성반도체공장 근무 중 직업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 역시 삼성LCD 근무 중 뇌종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고 한혜경 씨 유족도 ‘다시는…’의 식구다.

강 씨는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을 다룬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집필에 참여하는 한편, 안전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등 노동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게 권리와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단순노동에 시달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무거운 과제다. 강 활동가는 “아이들에게는 늘 스승이 있어야 한다. 실습장에서 만난 선배와 사수가 그 역할을 했어야 한다”며 “그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일 텐데, 현장실습으로 오는 학생들을 부려먹기 좋은 존재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 씨는 동준 군을 비롯해 특성화고의 홍보 책자에 크게 박힌 ‘남들보다 빠른 실무’ 문구만 보고 현장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직 복잡한 법을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것만큼은 강조하고 싶어요. 제발 학생들에게 충분히, 충분히 알려주라고요. 자대배치를 받기 전에 훈련병들이 4주간 기초훈련을 거치는 것처럼, 대졸 신입사원이 업무에 앞서 연수를 받는 것처럼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실습현장의 현실이 어떤지 교육하는 체계가 교육법에 명시돼야 해요. 아이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ilraoh_@tf.co.kr

원문 출처 [벼랑끝 특성화고①] 대학생은 인턴사원…우리는 왜 실습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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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알몸남' 동선 따라가보니…뻥 뚫린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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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남 사건이 불거진 동덕여대. 동덕여대는 출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본관 건물까지 이동하는데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알몸남 사건이 불거진 동덕여대. 동덕여대는 출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본관 건물까지 이동하는데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알몸남' 사건이 불거진 동덕여대. 동덕여대는 출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본관 건물까지 이동하는데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TF현장] '알몸남 사건' 동덕여대, 문제의 310호 '폐쇄'[더팩트|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동덕여자대학교 정문부터 문제의 '알몸남' 대학원 건물 310호까지는 2분이면 갈 수 있었다. 물론 누구의 제지도 없었다. 알몸남이 쉽게 학교에 들어가 음란행위를 한 것이다.

<더팩트>는 16일 오전 9시, 1교시가 시작될 무렵 서울 성북구 화랑로에 위치한 동덕여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차량을 이용해 대학 정문을 통과했다. 보안업체 K사 모자를 쓴 경비원의 가벼운 목례를 받으며 들어갔으나 학내 주차장은 모두 등록 차량 또는 정기 차량만 이용이 가능했다. 다시 차량을 돌려 정문을 지나며 안내받은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올라왔다. 기념관을 빠져나와 도로 건너편 동덕여대 정문으로 들어갔다.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동덕여대 '알몸남'이 범행을 저지른 대학원 건물 3층 310호까지 가보기로 했다.

정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약학관과 동인관이 나온다. 그 사이 지름길을 통해 올라가면 대학원 건물이 보인다. 돌계단을 밟으며 대학원 건물 입구까지 갔다.

건물 출입문을 지나 학생들이 많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정문에서 문제의 310호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알몸남'은 민간기관 자격증 갱신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출입했고, 지난 6일이 토요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수월했을 터였다.

그러나 평일, 그리고 '동덕여대 알몸남'이 검거된 다음 날임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동하는데 전혀 제지가 없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취재를 위해 찾은 본관 건물 입구는 '본관 출입을 원하시는 분은 상황실로 연락 바랍니다'라고 안내하면서도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K사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취재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자세한 내용은 업무과에 문의하시길 바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덕여대 본관은 출입을 원할 경우 상황실로 연락하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활짝 열려 있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학생들이다. 이에 총학생회 측은 학교에 ▲총장의 직접적인 사과 ▲학생들과 논의 후 외부인의 출입 관련 규정 신설 ▲각 건물마다 카드 리더기를 설치 및 최소 1명 이상의 경비 상주 ▲보안업체 선정 이유와 과정을 공개 ▲책걸상 교체를 요구했다.

지난 8월 취임한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은 16일 "참담하고 치욕적"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 학생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당국과 보안업체는 경비를 더욱 강화하고 안전한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새롭게 정비된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건물 외곽지역은 물론 강의실별 순찰을 강화하고 감시카메라를 통해 교내에 진입한 외부인에 대한 신분확인 등 건물 출입경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가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학원 건물 310호까지 이동하는데 어떤 신분확인도, 제지도 없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알몸남' 사건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지닌채 등교하고 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문제의 사건은 지난 6일 발생했다. 동덕여대에 재학생들은 자신들이 수업을 받고 공부하는 강의실에서 한 남성이 알몸 상태로 음란행위를 한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동덕여대 '알몸남'은 '#야노 #야외노출 어느여대에서'라는 태그를 달아 영상과 사진을 게재했다. 자신들의 학교라는 것을 인지한 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들의 안전권을 보장해달라'고 청원했고, 경찰은 수사를 통해 15일 오후 6시 30분께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 근처 노상에서 '알몸남' A씨(28)를 체포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영상 배경인 대학원 건물 310호를 폐쇄하고 살균소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동덕여대 학생들은 '알몸남'이 문제의 310호에서만 그런 행위를 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저질렀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동덕여대 '알몸남'이 음란행위를 저지른 대학원 건물 310호. '알몸남'은 이 강의실에서 자위를 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박종화(16학번·국사) 총학생회장은 16일 <더팩트>에 "지금 학우들이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서 "어떻게 여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에서는 310호로 특정을 지었지만, 영상이 아닌 사진에서는 다른 장소도 보이고 복도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며 "그만큼 보안이 허술하고 여성의 배움터인 이곳 학교에서조차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재학생은 <더팩트>와 만나 "다들 얘기를 듣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도 불안하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알몸남' A씨에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동덕여대=권혁기 기자

음란행위가 벌어진 '310호' 맞은편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던 다른 재학생은 "이미 폐쇄가 됐지만 학생들은 310호만 보면 소름이 끼친다"며 "이곳 건물 이름이 대학원이지만 일반 학사생들이 교양 수업을 듣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앉아 있는 책상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16일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민간기관에서 실시하는 자격증 갱신을 위한 보수교육을 받기 위해 동덕여대를 방문했다. 6일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부분 없었다. A씨는 '야외노출 사진'을 접한 후 이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다 점점 자신의 음란행위를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성적으로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성적 욕구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khk0204@tf.co.kr

원문 출처 [TF영상] 동덕여대 '알몸남' 동선 따라가보니…뻥 뚫린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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