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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일반인들과 사적 교류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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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일반인과 경계를 두고 사적인 교류를 하지 마라고 말하는 TV드라마 속 재벌가 어머니 말이 마냥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픽사베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일반인과 경계를 두고 사적인 교류를 하지 마라고 말하는 TV드라마 속 재벌가 어머니 말이 마냥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픽사베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일반인과 경계를 두고 사적인 교류를 하지 마라"고 말하는 TV드라마 속 재벌가 어머니 말이 마냥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픽사베이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얼마 전 TV 주말 드라마에서 재벌가 어머니가 자신의 회사에 다니는 딸에게 “일반인들과 경계를 두고, 사적인 교류를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아니 놀랐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짓는 게 과연 저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TV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딸은 어린 시절 미아가 돼 다른 가정에서 자라다 성인이 돼 부모를 찾아 신데렐라처럼 재벌가 딸이 됐다. 그녀는 공교롭게도 부모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있다 해고됐으나 부모를 찾은 뒤 복직이 되고, 신분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아직 사무실에는 이런 사정을 알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이를 모르고 딸에게 운전을 시킨 부장을 어머니가 ‘짜르라’고 하자 딸은 ‘부장님은 아직 애도 중학생이고 혼자 벌어서 안된다’고 만류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사원들과 거리를 두라고 한 뒤 “아랫사람 개인사 알아서 좋을 거 없다”며 한마디 더 던진다.

이 장면을 본 뒤 재벌가 자제들이 할아버지, 아버지 회사에 평사원이 아닌 임원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아, 그래. 평사원으로 들어가면 동료, 상사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런 저런 부탁도 받게 돼 불편할 때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업에 다니던 지인은 임원으로 승진해 오너 아들과 해외출장을 가게 됐다. 공항에서 배웅하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짐을 부친 뒤 단 둘이 남게 되자 오너 아들이 가방을 들라고 했다. ‘나는 너한테 월급을 주는 주인이고 너는 나한테 월급을 받는 머슴이니 가방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투였다. 회사에선 그나마 대접을 해줬지만 보는 눈이 없자 ‘주인 의식’이 발동된 것이다.

TV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마디가 재벌가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는 시청률을 의식해 과장하거나 한쪽으로 몰아가 자극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말도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소위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이 두 사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대기업에 다녔던 전직 임원도 “오너가들은 우리들은 너희들과 다르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게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다. 승무원이 땅콩 서비스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난 조 전 부사장이 비행기를 회항시켜 승무원을 기내에서 내리도록 한 사건이다. 이 때 그녀의 아버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자식 잘못 가르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임원들에게도 ‘왜 나한테 직언을 하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를 믿었으나 그 후 조 회장의 행태를 보면 과연 그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는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비행기 조종이 차 운전보다 쉽다’고 해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줬고, 최근에는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집을 수리해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직원이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게 아버지나 딸이나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부자는 3대 못간다’는 옛말은 서양에도 있다. 아라비아의 역사학자 이븐 할둔은 역사서설에서 ‘명문(名門)은 4대(代) 만에 종말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노력을 아들에게 가르치지만 경험을 통해 배운 것과 공부해서 배운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고 그런 점에서 아들은 아버지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했다. 또 “3대에 가면 단지 모방과 전승에 그쳐 더 처지게 되고 4대는 혈통으로 주어진 가문의 영광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모든 면에서 선조들에게 뒤떨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삼성, 현대 등 재벌가의 3, 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영은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잘 부려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의 능력을 잘 파악해 거기에 맡는 일을 시켜 많은 이익을 올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소소한 것도 알아야지 ‘나는 그들과 다른 별세계에 태어났다’며 선을 그어선 회사를 잘 운영할 리 없다. 또 그런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노사화합을 이뤄 성과를 창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혈통을 앞세워 직원들에 군림하려는 자세를 가진 3, 4세 경영인은 경영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자수성가한 1세대 경영인을 만나면 백전백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thefact@tf.co.kr

원문 출처 [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일반인들과 사적 교류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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