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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고도 따뜻했던, 그 한마디…"내 새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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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1시께 강릉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대성고 앞에 모인 취재진과 정문을 닫고 있는 수위 할아버지 모습. /은평=임현경 기자
지난 18일 오후 1시께 강릉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대성고 앞에 모인 취재진과 정문을 닫고 있는 수위 할아버지 모습. /은평=임현경 기자
지난 18일 오후 1시께 강릉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대성고 앞에 모인 취재진과 정문을 닫고 있는 수위 할아버지 모습. /은평=임현경 기자

강릉 펜션 사고 관련 대성고 취재, 기사 밖 이야기[더팩트ㅣ은평=임현경 기자] 또 아이들이 죽었다. 지난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아이들이 어떤 경위로 강릉에 체험학습을 가게 됐는지, 학교 차원에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알아야 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에는 이미 5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있었다. 대성고 교장과 학생주임 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유은혜 교육부장관까지 사고 현장인 강릉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수능 직전까지 아이들이 머물렀던 학교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언덕배기에 대성중학교와 대성고등학교가 나란히 있고, 그 주변을 산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어, 가파른 오르막길 끝에 보이는 정문이 유일한 출입구였다. 쇠로 된 문 사이로 불안한 듯 서성이는 수위 할아버지와 화려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였다.

정문을 지키는 수위 할아버지는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홀로 근무하는 그는 교육청 또는 학교 관계자들이 차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동안 매번 무거운 철문을 직접 열고 닫았다. 취재진이 그에게 내부 분위기나 대책회의 상황을 물었지만, 그는 "손주 같은 아이들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는 추운 날 밖에서 대기하는 취재진을 향해 "안으로 들어가시라", "식사를 할 때가 한참 지나지 않았느냐"고 걱정했다. 내내 정문을 지키던 그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식사를 위해 수위실 안 소파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조촐히 차려진 음식 앞에서도 한참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꼭 식사들 하세요. 죄송합니다." 전혀 미안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날 대성고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철문 너머로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임현경 기자

손가락이 꽁꽁 얼어 곤란할 때쯤 학교 앞에 딱 하나 자리하고 있는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녹일 핫팩이나 따뜻한 캔커피를 살 겸 가게에 들어서자 주인 부부가 낯선 손님들을 맞이했다. 가게 왼편엔 각종 문제집과 학습서가, 오른편엔 과자·음료 등 군것질거리와 필기구 같은 문구류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주인 A씨와 B씨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서점이자 문구점이며 슈퍼마켓인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학교 안에도 매점이 있는데 꼭 여기 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한 명이 펜을 산다 하면 다른 친구들도 우르르, 다음 수업 끝나고 또 다른 애가 과자를 먹고 싶다 하면 아까 왔던 애들도 다 같이 우르르. 학생 때는 온종일 있는 학교를 잠깐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기분이 좀 나아지곤 하잖아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강해질수록 많은 취재진이 가게로 몰려들었다. A씨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이들이 얼마나 밝고 착했는지 최대한 상세히 대답해주려 노력했다. 다만 그는 커다란 방송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절대 찍지 마시라"며 언성을 높이다가도 기자들에게 뜨끈한 믹스커피를 건넸다. "기자는 싫지만, 추운데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꼭 우리 자식들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여기 다 기자분들인 거에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정말." 뉴스를 보고 가게를 찾아왔다는 동네 주민 C씨는 "아들이 대성고를 졸업한 지 10년도 넘었다"면서도 "다 동네 아이들이라 남일 같지가 않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다 어른들 때문이지." B씨가 C씨에게 커피를 권하며 던진 말이었다.

어른들은 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강릉 펜션 사고 관련 전국시도부교육감과 영상회의를 하는 모습. /뉴시스

올해 수능 시험을 치르고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었다.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6년 이상 준비했던 시험을 마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새내기'로서 대학교 캠퍼스를 누릴 참이었다. "다들 내 새끼 같은 아이들인데 너무 안타깝죠." B씨의 말이 유독 아프게 들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강릉경찰서와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으로 가스 누출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에 무게를 뒀다. 숙박 시설엔 가스누출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았고, 보일러 배관이 비정상적으로 어긋나게 연결된 상태였다. 해당 숙소는 농어촌 민박 업체로서 지난달 20일 가스안전공사의 안전점검을 통과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시행규칙의 '농어촌민박사업의 서비스·안전기준'에 가스안전 관련 내용은 없었다. 관련 제도는 미흡했고 안전 점검은 허술했던 것이다.

학생들을 살피지 못한 학교의 잘못도 있었다. 꼭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학교는 사전에 학생들에게 안전점검표, 시설보험가입확인서 등을 제출토록 한 뒤 안전성을 파악해야 했다. 이는 대학교에서 MT, 답사 등 행사를 기획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절차다. 소방당국과 교육당국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관련 제도 검토 및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제 자식과 연관된 일이라 생각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비극일지도 모른다. 유치원 통학버스·가습기살균제·불량급식…그리고 강릉 펜션 참사까지. 지난 2014년 거대한 배가 가라앉은 뒤에도,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손주 같던 아이들'이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수위 할아버지와 '내 자식처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학교 앞 상점 주인, 이들의 마음이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imaro@tf.co.kr

원문 출처 [TF취재기] 시리고도 따뜻했던, 그 한마디…"내 새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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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사고' 경찰 "보일러 배관과 배기구 어긋나"…'人災'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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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강원 펜션 사고로 서울 대성고등학교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펜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었던 점을 발견,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강릉=임세준 기자
18일 강원 펜션 사고로 서울 대성고등학교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펜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었던 점을 발견,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강릉=임세준 기자
18일 강원 펜션 사고로 서울 대성고등학교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펜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었던 점을 발견,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강릉=임세준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참담한 심정, 신속하게 조치 취할 것"[더팩트 ㅣ 강릉=문혜현 기자] 18일 강원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강릉경찰서는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었다"고 밝혀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는 이날 오후 1시 12분께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발생했다. 수능을 끝낸 남학생 10명이 단체 숙박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업주 등이 발견한 것이다. 학생들은 묵었던 숙소 201호는 2층짜리 펜션 건물로 난방은 가스보일러가 가동되는 거실과 방이 2~3개인 복층 구조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또, 쓰러진 학생 대부분은 거품을 물고 구토 중인 채로 발견됐다. 특히 사건 현장은 일산화탄소 농도가 일반적인 정상수치인 20ppm보다 약 8배가량 높은 150∼159ppm으로 측정됐다.

경찰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며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통이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점도 일산화탄소를 높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숙소는 연통이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는 점도 일산화탄소를 높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 숙소. /임세준 기자

김 서장은 "아직 분리된 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아니면 분리돼 있다는 그 자체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국과수와 감식반이 검사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고로 남학생 10명 중 3명은 숨졌고, 7명은 의식저하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일부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강릉아산병원에 5명이 감압치료를 받고 있고, 동인병원으로 옮겨진 2명의 학생은 헬기를 통해 원주기독교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취재진이 찾아간 아산병원에서는 치료를 받는 학생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의식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현재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 치료 중이며,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 경미하게 호전돼 1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 동시에 5명이 응급실에 왔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꽤 안 좋은 상태였다"며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실에 왔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꽤 안 좋은 상태였다.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된 피해 학생이 고압산소 치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정부도 강릉 펜션 사망 사고를 엄중하게 부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강릉시 농업기술센터 2층에 비상대책회의실을 마련하고 현장을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미경 서울시 은평구청장과 김한근 강릉시장, 강원지방경찰청장 및 소방관계자들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상황 파악과 원인 규명에 나섰다.

유 사회부총리는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소중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안타까움에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 피해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고3 수험생 강릉 펜션 참사 사건 비상대책회의실에 모여 관계기관 긴급회의에 참석해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경위를 듣는 모습. /임세준 기자

이어 "우리 아이들 안타까운 사고에 마음과 뜻을 모아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후 상황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참담한 사고가 관내에 발생해 사고를 당하신 피해자 가족분들과 유가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신속한 사고 수습 등 이후에 규명되는 유가족들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강릉시와 정부는 보건소와 재난안전과, 에너지과 관계공무원을 즉시 파견해서 상황을 진단하고 통합지원본부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또한, 보호자 1가구 당 공무원 2명씩 전담제를 시행해 추후 상황을 지원하기로 했다.

moone@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강릉 펜션 사고' 경찰 "보일러 배관과 배기구 어긋나"…'人災'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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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물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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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백석역 인근 노후된 온수관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화상을 입었다. 5일 오전 사고 현장을 지나는 주민들. /백석동=이원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백석역 인근 노후된 온수관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화상을 입었다. 5일 오전 사고 현장을 지나는 주민들. /백석동=이원석 기자
지난 4일 오후 백석역 인근 노후된 온수관이 폭발해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화상을 입었다. 5일 오전 사고 현장을 지나는 주민들. /백석동=이원석 기자

목격자 "수증기로 옆 사람도 안 보여" …사고 현장 옆 어린이집도[더팩트ㅣ백석동=이원석 기자] 사고 현장 500m 반경까지 진흙 바닥이었다. 노후된 온수관이 터져 흘러나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도로를 덮은 흔적이다. 바로 근처엔 어린이집도 있었다.

4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mm 열 수송관이 폭발했다. 이 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지난 1991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27년이나 된 노후 배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이다.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5명 정도가 화상을 입었다. 숨진 송모(67) 씨는 차량으로 현장을 지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가 타고 있던 차량은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오전 일찍부터 유은혜(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현장을 찾았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유 장관. /이원석 기자

5일 오전 직접 찾은 현장은 온수관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공사 인력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취재진도 몰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고양시병 국회의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일찍부터 나와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성 장관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수습·조치하겠다"며 "이번 사고 계기로 (노후 배관) 긴급점검을 통해 당장 조치할 수 있는 부분 조치하고 또 정밀점검해서 시스템 자체 점검하고 대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바로 옆 상가관리인 A씨는 발에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시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물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원석 기자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상가관리인 A씨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발에 화상까지 입었다. 한쪽 발에 붕대를 감은 A씨는 <더팩트>에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물이 치솟았고, 수증기로 도로가 가득해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옆 빌라에 거주하는 또 다른 목격자 이모(67) 씨는 "'펑' 소리가 나서 베란다로 내다보니 안개처럼 습기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물소리가 굉장히 컸고, 밤새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화상을 입고 응급차에 실려 갔다"고 했다.

사고 당시 상가 내부에도 물이 찼다. 현재는 물이 빠져 진흙만 남은 상가 내부. /이원석 기자

근처 상가들은 침수 피해를 당했다. 물은 어느 정도 빠졌지만, 상가 내에도 진흙이 가득했다. 피해를 입은 상인 윤모(56) 씨는 굳은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차량이 통제됐고 수습 작업으로 인해 길을 지나다니기가 어려웠다. 출근하던 박모(35) 씨는 "밤새 난리가 난 것 같다. 사망자도 있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고, 안전 관리가 잘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장 인근 약 500m 반경까지 물이 흘러 진흙 바닥이었다. 현장 근처엔 어린이집도 있었다. /이원석 기자

현장 200m 인근엔 어린이집도 있었고 그 주변엔 지난 밤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낮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자칫 어린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 이모(45) 씨는 "어린 아이들도 다칠 뻔했다니 불안하다"며 "밤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던 때였다면 사고가 얼마나 더 컷겠냐"고 했다.

주변 카페 등에선 이번 사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번 사고에 대해 주민들은 분개했다. 주부 송모 씨(56)는 "이런 사고가 또 나면 어떡하냐. 안그래도 과거부터 백석동 근처에서 사고가 많이 났다"며 "제발 좀 나라에서도 안전 관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사고로 인해 한 때 고양시 일대 온수 공급이 중단됐으나 현재는 복구됐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열공급 작업은 끝났고 배관 교체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lws209@tf.co.kr

원문 출처 [TF현장]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물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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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인터뷰 "반성 없는 관계자들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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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맞고 있어요”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제보자가 2일 서울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맞고 있어요”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제보자가 2일 서울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맞고 있어요”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제보자가 2일 서울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장애 학생의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무마되곤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제보자와 함께 증거를 찾기 위해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며 취재를 했고 음지에서 행해지던 장애인 폭행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취재진은 11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제보자들을 다시 만났다. <더팩트>의 단독 보도 이후 일주일이 흐른 현재 제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제보자 A 씨는 "보도 이후 가해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입을 열었다.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지는 않았으나, 영상이 더 있느냐, 자신이 맞느냐? 등 본인이 나온 증거 자료의 유무를 찾는데 혈안이 돼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한 뒤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사이 A 씨는 인강학교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과도 만났다. 부모들은 A 씨에게 한결같이 "용기 내줘서 고맙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감사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요원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여전히 복무는 이행 중이나, 아이들과는 격리돼 지내고 있다"며 학생들에 대해서는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대부분은 등교 거부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 내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보도가 나가기 전 교내에서 이미지가 좋았던 가해자 요원을 두고 교사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것"이라든지 "꿀밤 정도 때리는 모습을 찍어서 크게 부풀리는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가해자가) 안타깝다. 착한 사람인데 순간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교사의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을 한 일부 교사도 있었다고 했다.

앞서 취재진은 이 사실을 보도하기 전인 지난 2일, 인강학교를 찾아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당시 사회복무요원을 책임·관리하는 행정실장은 "폭력 행위는 없었다"고 단언했다가 취재진의 계속된 추궁에 "좀 오래 전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 확인을 했는데 증거가 없어 요원들 전체를 불러다 놓고 경고 조치했다"고 말을 바꿨다.

증거는 없어도 폭행 사실을 알고 묵인한 것 아니냐는 계속된 질문에 고심하던 행정실장은 "제가 제보를 받은 사회복무요원이 사실 근태가 좋지 않았다"며 "제 입장에서는 문제의 사회요원이었고, 주관적인 판단이었는데 (말의 신빙성을) 가리기가 어려웠다"며 "다른 사람한테도 심각한 것처럼 얘기를 안 해서 툭툭 치는 그 정도인 줄 알았다"고 말을 돌렸다.

제보자 B 씨 역시 "교사들이 (사회복무요원의 폭행을) 모르고 있는 눈치가 아닌 것 같다"며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일부 교사들은 "걱정하지 마라, 다 잘될 거다. 서로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보자들은 폭행 사실을 학교에 알린 바 있었다.

B 씨는 "당시에 학교가 알아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확실하게 조사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고, 아이들도 몇 달간 폭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며 학교에 보냈지, 학대하고 폭행하라고 보내신 게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제보 이후, 기사가 나가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다. 증거를 얻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계속해서 폭력에 노출돼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은밀한 폭행에) 증거가 쉽게 잡히지 않아 포기할까도 싶었다"며 "결국 한 학생의 희생으로 결정적 증거를 잡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보자들은 그간 말 못할 심적 고통 속에도 "제보를 잘 한 것 같다"며 "후회는 안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 A 씨는 현재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경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공익제보자들의 정체는 곧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동료 복무요원들과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편한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벌어질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이 용기를 낸 것은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내린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전수 조사와 가해자 및 책임자 처벌 등 후속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원문 출처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⑤] 제보자 인터뷰 "반성 없는 관계자들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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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직격 인터뷰, 대답 없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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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새롬·이덕인 기자] 47년 역사를 자랑하던 서울 인강학교는 이번 폭행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취재진은 10일 오전 문제의 서울 인강학교를 다시 찾았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사라진 학교는 그야말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학교 측은 폭행 사건 이후 학생들과 사회복무요원을 격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취재진이 학교를 둘러보던 중 사복을 입은 젋은 남성들의 무리가 눈에 띄었다. 학교 뒷문에서 나온 남성들은 한적한 숲속으로 이동했다. 취재진은 이들을 뒤따랐다. 이들 중 폭행 영상에 등장하는 가해자 사회복무요원 A씨가 있었다.

발달 장애 특수학교인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 A 씨가 10일 오전 서울인강학교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취재진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기자라고 밝히자 A씨는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다. "학교 측은 전혀 몰랐다는데, 요원들의 단독 행동이었나, 학교에서 언론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요원들을 숨긴다는데 이 또한 사실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며 대답을 회피했다.

"사회복무요원실에 어떻게 학생이 있을 수 있느냐" 등 계속되는 질문에도 A씨는 입을 꾹 다문 채 취재진을 피했다. "경찰 조사를 받았느냐,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질문이 쏟아지자 A씨는 마지못해 "동영상에 나온 사실대로 다 얘기했다"며 짧게 답변했다. 또한 "때린 이유가 뭐냐?"고 던진 질문에는 "다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나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 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13명 중 대표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에게 "대표 요원으로서 학생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취재진이 마지막으로 "(피해)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겨우 "학생들에게 죄송(하다)" 는 짧은 한마디를 남긴 채 학교로 들어가 이내 모습을 감췄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①] 구조적 문제가 빚어낸 '참사'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②] 미공개 영상, '더 때리고 더 맞았다'

원문 출처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④] 가해자 직격 인터뷰, 대답 없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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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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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장애 학생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때렸어."

인강학교 장애 학생은 "맞았어?"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3번 반복했을 때 입을 열었다. A군은 사태의 심각성이 세간에 드러난 이후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도 '악마의 소굴'에 사랑하는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심정이다. 특수학교 교육과정 총 12년 중 수료까지 1년 여밖에 남겨 놓지 않았지만 폭력에 노출된 장애 학생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인강학교 재학생 A(18·남)군은 특수학교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A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인강학교로 전학을 갔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일반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A군이 자폐 성향으로 인해 일반 학교 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된 A군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내심 A군을 노원구 하계1동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서울 동천학교'로의 전학을 바랐다. A군의 가족이 30여 년 째 거주하고 있는 상계동도 행정구역상 도봉구가 아닌 노원구였기 때문이다. 위치도 거주지 기준 인강학교(4.78㎞)보다 동천학교(2.33㎞)가 더 가까웠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에 따르면 교육감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자를 해당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와 능력, 보호자의 의견, 학교 인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근 지역 내에서 유동적인 배치가 가능하다.

A군은 동천학교에 가지 못했다.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다른 장애 학생 학부모로부터 인강학교가 자폐 성향을 가진 장애 학생을 잘 돌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라는 생각으로 A군을 인강학교에 보내게 됐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하려 알아보니까 노원구에 동천학교가 있었지만 동천학교는 포화상태라며 아이가 배정된 인강학교로 보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며 "노원역 4호선을 지나가는 기점으로 학교가 배치돼기 때문에 아이가 인강학교에 배정된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은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 초과로 인해 집에서 5㎞ 가량 떨어진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다음 지도 갈무리

◆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는 갈 곳을 잃었다

A군의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A군은 학교를 지난 7년 간 무탈하게 다녔다. 오히려 A군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자폐 성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한 아이었지만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노란색 스쿨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가만히 앉아 버스가 오는 도로를 바라보던 아이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A군은 옆머리에 1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두피 흉터가 생겨왔다. 마치 잡아뜯긴 것처럼 한 움큼 파여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정수리 부문에도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올라온 모습을 기억했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A군이 집에 왔는데 그렇게 불안해 하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선생님과의 신뢰가 깨질까봐 학교에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드름 때문에 빠졌나 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사건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회복무요원이 A군을 사탕을 주겠다고 불러서 갈비뼈를 6~7차례 때리는 등 폭력을 가했다고 답했다.

A군은 동영상에 나오는 폭행을 당한 학생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초 학교측은 A군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더팩트> 보도 다음 날인 5일, 인강학교 선생님 3명이 A군의 집에 찾아와서 "동영상에 아이가 없기 때문에 A군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집에 찾아온 선생님들은 "요즘에는 터치만 해도(닫기만 해도) 고소가 되는 세상이다. 우리를 가해자로 보시는 게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다음 날인 6일에는 인강학교 교장 직무대행이 A군의 어머니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냈다. '동영상에 A군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즉시 교장 직무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그거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다 아시잖아요"라고 반문하자 교장 직무 대행은 "죄송하다. 그러면 선생님을 어떻게 할까"라고 울먹였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연락을 받고 너무 황당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행의 발언을 통해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됐다고 의심되는 지난해 6월 이후에도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학교 측에서 간접적으로 시사한 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된 게 지난해 6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A군의 어머니는 "어떻게 뻔뻔하게 그럴 수 있냐"며 학교를 찾아가 따져봤지만 학교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해당 선생님을 수업에서 배제하게 했고 연구실에 격리 조치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이에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인강학교 교원들이 전부 교체되거나 이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A군의 등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군이 안정을 찾고 학교를 다시 가고 싶어할 때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일하고 있는 교원들 밑에 아이를 다시 보낼 생각은 없다. 어떤 부모가 그렇겠나"며 "30년 넘게 살아온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아이 전학을 위해 이사를 가더라도 자리가 있어야 갈 뿐더러 이 꼴이 난 인강학교에서 전학 가는 아이를 다른 학교에서 받아줄리 만무하다. 현재로써는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아니라면 이와 같은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역 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낼 수 있다"며 "하지만 특수학교는 많지 않고 충원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른 데 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장애 학생이 고등교육 과정까지 올라가면 특수학교 내 충원할 수 인원은 초등, 중등보다 더욱 제한적이게 된다"며 "학부모가 아이를 다른 데 보내고 싶어고 그 곳에 자리가 없으면 못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도봉구 내 특수학교는 인강학교 하나 뿐이다. 학부모님들은 아이가 현실적으로 전학을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학교 눈치를 보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폭행당한 학교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다.

2kuns@tf.co.kr

원문 출처 [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③] '폭행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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