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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화의 낭중지추] 60명 줄사퇴 위기, 여검사엔 '기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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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더팩트 DB

'히든피겨스' 인종차별과 '여검사' 사이에 평행이론[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소개팅을 나갔는데, 핸드백 안에 수갑이 있느냐고 묻는거에요."

"그냥 저랑 잘 안 맞아서 다른(검찰 외) 기관으로 옮겼죠."

"선배들이 불러 갔는데 접대원이 나오는 단란주점이었어요. 나가고 싶었지만 버텼죠."

세 명의 여검사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소개팅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대중들이 여검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법조를 취재하면서 만나본 여검사들 중에는 '보이시스타일'로 자신의 성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검사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수한 차림의 여검사들이 다수였다. 여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검사 역할을 할 때도 대체로 '화려하지 않은 패션에 헤어스타일도 무심한 듯 하나로 질끈 묶은 모습으로 사건 해결에만 빠져있는 검사의 모습을 했다'는 식으로 소개된다. 현 시점에서 대중들이 여검사를 인지하는 이미지는 이와 같은 것 같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후배 여검사들의 옷차림도 규정하고, 이런저런 평가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 법조인들이 옷을 잘 입으면 패션 감각이 탁월하다며 칭찬하는 반면 여성 법조인의 패션에는 '일 안하고 꾸미기만 한다'는 식의 딴지를 거는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이었던 이규철 특검보는 당시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코트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려 지기도 했다. 그는 옷 잘 입는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옷걸이다. 아내가 걸어주는 대로 입고 온다"고 답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2017년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는 센스있는 패션감각으로 '코트왕 이규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더팩트 DB

200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한 방송에서 은폐됐던 8년 전 성폭력사건을 폭로한 뒤부터는 그나마 이런 분위기가 조금은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2015년에 발생한 검찰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A부장검사는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안주 먹어야지' 하면서 여검사 손등에 뽀뽀를 했다. 그 사람이 (성희롱으로 워낙) 유명하니깐 남자 검사들이 (여검사들 옆에)못 앉게 하려고 양쪽을 막으면 자기가 돌아다니면서 '야, 추행 좀 하자'라면서 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검찰)에서 저도 볼 뽀뽀, 입술 뽀뽀 다 당했다. 다 당했기 때문에 그 정도 이야기까지 다 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7월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인지부서의 부장자리에 여 검사들이 5명이나 발탁됐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임한 이후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에 이노공(26기) 검사가 임명돼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차장검사에 여성이 임명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중간간부 인사에 앞서 7월 26일 이뤄진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노정연(25기)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했지만 그 수가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7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미소짓는 당시 윤 검찰총장 후보자 모습/남윤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래 두 차례에 걸친 첫 인사 이후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중간 간부만 50여명, 검사장급 인사 전후로 옷을 벗은 고위 간부까지 더하면 60명이 넘어섰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꿰차면서 상당수 검사들이 이런 노골적인 코드인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사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많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런 검찰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여검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 검사들이 검찰의 핵심 보직에 대거 배치된 것은 '수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윤 총장의 속내가 이번 인사를 통해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달리 해석하면 여검사들도 성별을 떠나 수사를 잘하면 향후 인사에서 그동안 배제됐던 부서에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노공 성남지청장/ 대검찰청 제공

2000년 전체 검사(1200명)의 2.4%인 29명에 불과했던 여 검사는 2018년 기준 전체(2158명)의 30%에 달하는 650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 중 간부직은 전체의 8%에 불과하지만, 과거 여검사 수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63년 사법시험 도입 이후 19년 뒤인 1982년에야 임숙경(12기), 조배숙(12기) 1호 여검사가 첫 배출됐다. 당시 두 검사가 근무한 검찰청에는 여자화장실을 따로 마련했다고 한다. 두 검사는 3~4년뒤 잇따라 판사로 자리를 옮겼고, 1990년 조희진(19기) 검사가 임관하고 나서야 다시 여검사 맥이 이어졌다. 이후 조 검사는 2004년 의정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첫 여성 부장검사, 2013년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1호 검사장 등 2018년 6월 검찰을 떠날 때까지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이런 여검사들의 역사를 보고 있자니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며 미국 최초의 유인 위성 발사 프로젝트였던 머큐리 계획에 참여한 3명의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히든피겨스'가 오버랩 됐다. 이들은 백인 남성 엘리트들이 압도적이었던 NASA에서 각각 수학, 엔지니어링, 전산 부분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며 인종주의와 성차별의 두터운 유리벽을 뚫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화장실조차 백인과 유색인종 전용으로 구분 지어졌고, 주인공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800m가 떨어진 건물로 가야했다.

여전히 검찰 내 성차별은 줄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2018년 법무부의 성희롱·성범죄 전수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근무평정이나 업무배치, 부서배치에 불이익을 느낀다고 답한 여검사는 85%에 달했다. 하지만 윤 총장 체제에서 기대를 거는 여검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그동안 '공정성'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윤 총장(23기)이 파격 임명됐기 때문에 오히려 연수원 선배 기수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취임 전후로 대다수 선배들이 검찰을 떠났다. 여기에 첫 인사 이후 중간간부 이상의 검사들의 줄사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철저한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해 보인다. 기존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윤석열식 검찰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검찰동일체 원칙'을 중시하는 선배들이 배제됨에 따라 검찰이 종전보다 젊고 활력 넘치는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마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시기야 말로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에 덜 익숙한 여검사들이 검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금의 기류라면 향후 여검사들의 특수부 등 핵심 요직에 보임되는 기조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happy@tf.co.kr

원문 출처 [송은화의 낭중지추] 60명 줄사퇴 위기, 여검사엔 '기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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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여환섭 단장, 김학의 재수사 '꼬리 자르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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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당시 광주고검장)이 2012년 8월 이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광주고검 제공

문무일 "1·2차 검찰 수사 의혹 남겨" 실패 첫 인정[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누구에게 수사를 맡기는지를 보면, 수사를 맡긴 자의 의중이 엿보이고,수사 결과까지 다소간 예상할 수 있지요.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서는 참혹함에 할 말을 잃습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검찰이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 등을 수사할 '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구성하고, 단장에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임명했다고 발표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임 검사는 "여환섭 특별수사단장 기사들을 보니 호평이 많이 보이지만, 검찰의 면죄부 수사 또는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되어 참혹하다"며 "특검을 부르는, 공수처 도입을 위한 검찰의 자충수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여 검사장은 2017년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때 몸통인 청탁자들을 뺀 채 최홍집 사장을 불구속으로 핀셋 기소한 춘천지검 부실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았을 때 그 사건 대검 지휘라인(대검 반부패부 선임 연구관)이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2015년 발생한 진 모 전 검사의 후배 검사 성추행 사건도 거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을 비롯해 당시 대검 대변인이던 여환섭 단장 등이 이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임 검사는 "검찰이 2015년 당시 거짓 해명으로 국민들을 우롱했던 대검 대변인을 단장에 지명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임은정 부장검사 페이스북 캡쳐

여 단장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했다.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별수사 분야 검사로 알려졌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과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성남지청장 등을 지냈다. 2018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청주지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력형·대기업 비리 사건을 주로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을 구속시킨 적이 있다. 2008년 김학의 전 차관이 춘천지검장일 때 부부장검사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 단장 임명은) 수사 능력과 평가 등을 고려한 검찰총장의 지시"라며 "근무 연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0월 23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검찰청 5층 중회의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광주·대전고검, 광주·대전·청주·전주·제주지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답변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9일 오후 퇴근길에 "검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1,2차에 걸쳐 수사를 했으나 의혹을 다 불식시키지 못했던 이력이 있다"면서 "그러한 점에 유념해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여 단장을 포함해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평검사 8명 등 검사 13명으로 구성됐다. 차장은 조종태 성남지청장이 맡고, 부장검사급으로는 강지성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 최영아 청주지검 형사3부장,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검사가 차출됐다. 수사단 사무실은 이 사건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다.

happy@tf.co.kr

원문 출처 임은정 "여환섭 단장, 김학의 재수사 '꼬리 자르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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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엿새째 잠잠…전국적 방역 작업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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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설날 당일인 5일에도 가축질병 상황실을 비상체제로 유지하며 방역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날 당일인 5일에도 가축질병 상황실을 비상체제로 유지하며 방역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날 당일인 5일에도 가축질병 상황실을 비상체제로 유지하며 방역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비상체제 유지…방역 총력 대응[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설날에도 전국적으로 방역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구제역은 엿새째 새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설날 당일인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가축 질병 상황실은 24시간 비상체제로 유지한 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3일 전국 구제역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백신 효과 나타나기까지 위험시기"라며 "설 연휴에도 철저한 임상관찰로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때 신속하게 신고·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제역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생기기까지 1-2주가 걸리는 만큼 당국은 이번 주를 구제역 분수령으로 보고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올겨울 경기도 안성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째 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연휴에도 농식품부를 비롯해 농식품부를 비롯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방역대책상황실, 전국 시·도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 농협 등 기관별 구제역가축대책상황실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만일의 사태시 신고·대응을 위한 24시간 비상근무체제도 유지 중이다.

당국은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이 보유한 공동방제단 540대, 광역방제기 79대, 군부대 제독 차량 14대, 방역 차량 1030대 등 장비를 총동원해 구제역 발생지 주변 10km 이내, 가축밀집사육지역, 소규모 농장 등을 대상으로 소독을 벌였다.

atonce51@tf.co.kr

원문 출처 구제역 엿새째 잠잠…전국적 방역 작업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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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년 옥외가격표시제<상>] 미용실·식당 '꼼수', 불만커지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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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미용실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사실상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2013년 1월에 도입한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5년 차다. 매장 면적 66㎡(약 20평)이상의 이·미용실과 150㎡(약 45평)의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을 의무 업종으로 외부에 5개 품목 이상의 서비스 가격을 표시토록 하고있다. 이어 지난 2016년 7월부터는 학원도 의무 업종으로 지정됐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가격 비교를 통해 업종 간의 공정 거래 및 업소의 신뢰도를 증진시키기 위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이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용실·음식점② 학원

"두 번 속이는 거 아니에요? 기분 더 나빠요"

옥외가격표는 고객 우롱하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더팩트| 변지영 기자] 지난 7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미용실을 찾은 강영미(36) 씨에게 외부 가격에 맞게 시술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돌연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입구에 붙여놓은 가격은 미끼 상품아니냐" 면서 "고객을 두 번 우롱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2달 전 바가지 비용을 내고 머리를 했다"며 "워낙 악곱슬이라 미용실에서 매직을 자주하는데, 입구에 세워 놓은 '매직 49000원'이란 입간판의 가격만 믿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이미 샴푸를 끝낸 상황에서 미용사가 '모질을 보니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클리닉을 받아야 한다'고 뒤늦게 고지해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외부 가격표는 믿지 않게돼 단골 미용실만 찾는다"면서 "명확한 제도 개선이 없다면 '충주 미용실 사건'처럼 부당한 요금을 내게 되는 건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라고 말했다.

강 씨가 말한 충주 미용실 염색 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26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한 미용실 업주 안모 씨가 고객에게 가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상습적으로 부당 요금을 받아온 사건이다. 특히 해당 미용실이 과거에도 장애인, 새터민(탈북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상대로 230여만 원의 부당요금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더했다.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알려진 데에도 당시 해당 미용실에서 뇌 병변을 앓고 있던 장애인에게 머리 염색 값으로 52만원을 청구한 사건의 영향이 컸다.

◆"미용실, 음식점 옥외가격표시제…미끼로 전락"

가격 비교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째지만, 가격표시 지침에 적합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요금을 고지해야 함에도 미용실에서는 모호한 가격을 표시한 상태다. /변지영 기자

지난 7일 <더팩트> 취재진은 직장인 손님들이 많은 서울시 구로구를 찾았다. 구로구에 위치한 대부분의 미용실에서는 옥외가격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구로구에 위치한 한 미용실은 오후임에도 시간을 내 찾아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입구 앞에는 컷트, 셋팅, 매직 등 각종 시술에 대한 가격을 책자로 고지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용사에게 앞의 가격을 보고 들어왔다고 전하니, 머리가 반 이상 탔다며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4~6만 원의 클리닉 시술을 포함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도가 잘 이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대다수 가격표가 그럴 듯 하게 최저금액만을 고지해 고객을 호객하는 쇼윈도 광고판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특히 게시한 가격표에는 요금 책정 기준을 모호하게 적은 뒤, 기장, 숱 등에 따라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에게 안내된 금액과 실제 금액이 다른 경우도 많아 소비자 선택권 강화와 업종의 신뢰도 증진이라는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오죽하면 소비자들도 입구에 세워둔 가격표시를 미끼 상품으로 인식하는 등 가격표 자체에 신뢰를 잃은 듯 했다.

이날 미용실을 찾은 김보람(29) 씨는 "그걸 누가 믿어요"라며 "천차만별인 미용실 가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부터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도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외부에 가격표가 배치돼 좋았다. 하지만 미용실 가격표에 적힌 가격만을 내고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미용실 업주들은 이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항변했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최종요금'을 미리 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옥외에 공지한 가격과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차이나는 이유를 묻자 4년 차 미용사 김모(31)씨는 "음식처럼 눈에 딱 보이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라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7년 차 미용사 송모(38)씨는 "솔직히 최저요금을 고지해야 소비자들이 찾아온다"면서 "기장이나, 숱 등의 이유를 들어 추가비용을 높이는 게 각 디자이너의 실적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홍보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미용실이 외부가격표에 표시해야하는 '가격'은 소비자가 해당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최종 가격으로, 부가가치세, 봉사료 등을 포함한 실제지불가격을 의미하지만 실제 미용실에 붙여 놓은 옥외가격표는 미끼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전국 211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옥외표시가격과 실제 지불금액을 조사한 결과, 추가요금이 발생하는 곳이 84.7%(179곳)에 달했다.

음식점 업주들은 가게 입구와는 거리가 있는 중앙 통로에 가격표를 세워두기도 했다. /변지영 기자

옥외가격표시제가 꼼수로 변질된 것은 음식점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로구를 비롯해 금천구, 경기도 동안구의 먹자골목에 있는 음식점들은 공통적으로 중앙 도로에 큰 현수판을 걸거나 입간판을 세우는 방식으로 옥외가격표를 업소를 광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식이나 분식집 등 단일 품목을 파는 업종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횟집, 호프집 등에서는 외부가격표시를 한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독 음식점들이 업종별로 옥외가격표시를 이행하는 데 편차를 보이는 것은 제도가 업종의 메뉴에 대한 고민없이 일괄적인 표시기준을 들이댔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경영국 김원식 과장은 "타 업종에 비해 음식점은 한식, 일식, 중식 등 메뉴가 다양하다. 한식당의 경우 5개 이상 표시는 간단하지만 호프집이나 횟집 등은 사실 술을 올려야하는지 안주를 내야하는지 실효성이 떨어지고, 횟집은 싯가에 따른 변동이 있어 최종가격고지가 애매한 것"이라면서 "업계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구분해 제도가 적용되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위치한 음식점들은 입구 앞에 가격을 표시하는 대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가격을 표시해 보행자의 통행과 건물의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업소 입구에 옥외가격표시가 없는 이유를 묻자 족발집 업주 고모(62) 씨는 "아예 중앙 통로 앞에 크게 세워놨다"면서 "다른 업체들도 다들 광고 용도로 활용하는데 우리만 입구 앞에 표시하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옆 건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모(58) 씨도 "A4용지로도 가능하다는데 이렇게 많은 음식들 중에 무얼 골라 적어야 하느냐"면서 "그림을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구에서 떨어진 중앙에 현수막으로 세워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은 업종별로 옥외가격표시제 이행률에 차이가 발생했다. /변지영 기자

이를 단속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실제 시행법규에는 '외부가격표시물은 영업소의 입구나 주출입문 주변 등 소비가가 외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여야 한다'고 공시돼 있어 법에 명시된 게시 위치의 기준이 모호해 단속을 한다해도 행정처분을 받을 일은 희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다수의 업주와 소비자들은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의무인지조차 모르기도 했다. 이는 시행 후 5년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된 점검과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업주와 소비자들의 인식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이날 호프집을 찾은 김모(26)씨 "단순히 홍보를 위한 가격표시인줄로만 알았다"며 "밖에 있는 가격표를 보고 들어가면 가게에서 점심 메뉴와 가격이 다르다고 말해 비싼 값을 낸 적이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단속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관계부처의 '형식뿐인 단속'에 꼼수 가격표 늘어

이처럼 옥외가격표시제가 고객을 호객하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미용업계와 요식업계는 정부의 미비한 점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용업계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될 당시부터 의견 수렴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지자 우후죽숙 허위 요금을 기재하는 미용실들이 판치게 됐다며 허울 뿐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서영민 홍보국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장의 미용실 가격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컷트의 경우만 해도 큰 미용실 같은 경우는 원장님의 경력 등에 따라서 책정되는 비용이 다르다. 궁여지책으로 옥외에 가격을 써두지만 그 간극이 너무 커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 국장은 "제도가 도입될 당시 현장 업주들이나 중간 의견 수렴인인 미용업계의 여론 수렴도 없이 공문이 내려와 법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서 국장은 "청주에서 장애인 폭리를 취했던 한 명의 미용사가 문제가 되면서 복지부에서 성급하게 부랴부랴 도입한 측면이 있다. 만드나마나 한 법이라면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주무부처 공무원들이 정책을 알고 대화를 할 만하면 자주 바뀌면서 도돌이표처럼 현장의 반영이 헛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 국장은 "사회가 신뢰 사회로 구축되면 가장 좋겠지만 무엇보다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목소리를 담은 관리 감독이 있다면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정착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의 열악한 점검 인원과 형식뿐인 점검 절차가 옥외가격표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었다. /변지영 기자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이태호 사무관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제도는 입법예고를 거치고 절차를 밟아서 적절히 시행했다"면서 "미용실에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된 가격을 고지하지 않고 부풀려 받는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올해도 몇 차례 현장 점검에 나섰다"면서 "올 1월 서울, 경기, 충청권의 8개의 미용업소를 무작위로 방문해 이행 여부를 점검했지만, 적발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자주 바뀌면서 업계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무를 맡은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2년 주기로 발령을 나가다보니까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는 한정된 인원으로 모든 업소들을 점검하기란 무리라고 토로했다.

구로구청 위생과 홍지숙 주무관은 "재작년 12명이 구로구 전체를 돌며 미용실을 점검했다"면서 "행정처분이라기 보다는 시정조치가 가능한 부분을 계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일히 잡으면 업소 차원에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 주무관은 "재작년 구청의 점검 결과 옥외가격표시제를 위반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사실상 고지한 비용과 내부에서 지불하는 비용이 같은지에 대해서는 점검 과정에서 확실히 알 수 는 없다"고 전했다.

동안구청 환경위생과 식품안전팀 박직수 팀장도 "현재 동안구에만 380개 업종의 음식점들이 있다. 점검 결과 식당은 옥외가격표시제도가 잘 정착하긴 한 상태"라고 일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김홍태 사무관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어떤 규제던 찬반이 나뉜다. 식재료 원료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나는데, 가격 표시의 효과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수렴해 신중히 검토히 진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특정 업소들이 옥외가격표시제를 홍보용이나 미끼 상품으로 변질해 활용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중심상권에서는 업소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면서 "단순히 표시했는지만을 확인하기보다 지불 비용이 같은지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효성 있는 옥외가격표시제의 시행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격표시 방법 및 형식의 표준화 방안 마련, 옥외가격표시지침 준수 지도 등을 관계부처와 각 지자체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hinomad@tf.co.kr

원문 출처 [시행 5년 옥외가격표시제<상>] 미용실·식당 '꼼수', 불만커지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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