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o cooool

"돌아가면 죽는다" 루렌도 외면한 난민법, 헌재 가나

카테고리 없음


앙골라의 콩고 이주민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도망친 루렌도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반년 넘게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 중 포토타임을 갖는 일가족 모습. /인천국제공항=송주원 인턴기자

루렌도 측 변호인 "헌법이 정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지난해 앙골라 경찰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루렌도 은쿠카(Lulendo Nkuka) 가족 측 변호인이 첫 항소심 공판에서 난민법을 헌법소원 심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이 문제를 제기한 난민법 조항은 제6조 5항과 제5조 7항으로, 난민신청에 관한 내용이다.

서울고법 제1-1행정부(고의영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불복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본 사건의 최대 쟁점이 되는 난민법 조항을 놓고 위헌법률 신청을 계획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의 난민법 위헌법률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게 된다. 이 제도는 법원에서 재판 중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의 소지가 있을 때 헌법 재판소에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받아들여 심사하게 되면 법원 재판은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중단된다.

심판대에 오를 난민법 제6조 5항은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첫 단계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청자가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법무부는 7일간 신청자의 임시 체류를 허가하고 기본적 의식주를 공급해야 한다. 체류장소는 신청자가 한국에 입국할 때 이용한 공항과 항구 내 특정 장소로 제한된다. 이 기간 동안 법무부는 난민 인정심사에 회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난민인정에 있어 첫 관문인 만큼 중요한 조항이다.

제6조 5항은 당사자인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하다는 평이다. 해당 조항을 그대로 옮겨 보면 "출입국항에서 하는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난민심사 절차와 준비해야할 자료에 대한 세부정보가 없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서야 "난민신청을 받은 청장, 사무소장과 지체 없는 면담 조사", "난민신청자는 탑승 항고기명 또는 선박명, 인적사항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등 복잡한 절차를 상술하고 있다.

대부분 난민 신청자들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도망쳤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현행법만으로 한국 난민심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박해가 발생한 날짜와 시간대 등 세부적인 사항을 집중적으로 심사하는 한국 난민심사 특성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의 보완은 시급하다. 한국 난민심사의 지나친 엄격함은 법조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 심사 시 박해를 당한 구체적 장소와 날짜를 집중적으로 캐묻는 등 마치 강력범죄자를 취조하듯 심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이 변호사 역시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특정 장소와 날짜를 따지는 '말꼬리 물기' 심사"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와 함께 루렌도 가족 항소심을 지원하는 이주언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법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현행 난민법은 그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위헌법률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난민신청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회부 사유 역시 시행령 제5조 1항에서야 사회적 질서 위협, 거짓 증언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주언 변호사는 "법률에서는 제6조 5항에만 포괄 위임해버리고, 시행령에서야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하는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법률유보 원칙이란 인간의 기본권에 직결된 법률은 반드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법무부 1심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도 드러났다. 법무부 측은 루렌도 측의 불복 소송 1심에서 루렌도 가족이 앙골라에 거주할 당시 살았던 집 임대인이 "루렌도 가족은 수개월 전부터 계획적으로 한국행을 준비했다"고 말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1심에서 패한 루렌도 측 변호인단이 항소심을 앞두고 직접 집주인을 인터뷰한 결과 그는 이러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에 따르면 임대인은 한국대사와 만난 사실이 있지만 루렌도 가족이 언제 열쇠를 반납하고 방을 뺐다는 정도만 전했다. 명의만 집주인일 뿐 임차인이 들어가는 대문도 달라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도 전했다.

법무부 소속기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소송대리인은 이날 재판에서 "얼마 전 원고 측 항소이유서를 읽어 봤는데 임대인(집주인)의 진술 번복을 확인했다"며 "저희도 의아한 입장"이라고 1심 보고서 내용에 번복 사항이 있음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수개월 전부터 한국행을 계획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법무부 불회부 결정을 유지했다.

콩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문과 성폭행 등에 시달린 루렌도 일가족 6명은 1월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루렌도 부부는 4남매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라운지 소파 위에서 반년 넘게 노숙 중이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은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지만 4월 25일 패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3일이다.

ilraoh_@tf.co.kr

원문 출처 [TF이슈] "돌아가면 죽는다" 루렌도 외면한 난민법, 헌재 가나


오늘의 검색어

1위 91회 노출 2716P 정병국 2위 83회 노출 2638P 노노재팬 3위 90회 노출 2384P 밴쯔 4위 80회 노출 1845P 제주공항 5위 49회 노출 1774P 황하나 6위 91회 노출 1729P 태풍 경로 7위 108회 노출 1369P 태풍경로 8위 40회 노출 1233P 정석원 9위 40회 노출 1227P 임창정 10위 56회 노출 966P 뽕따러 가세

[난민이 되고싶어요①] 강제송환 공포에 반년…인천공항의 루렌도 가족

카테고리 없음


앙골라의 콩고 이주민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도망친 루렌도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반년 가까이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살고 있다. 왼쪽부터 첫째 레마, 셋째 실로, 둘째 로드, 아내 보베트, 루렌도 본인. 뒤편에 자고 있는 아이가 막내딸 그라스. /송주원 인턴기자

항소심 기다리며 불안한 생활…"아이들 고통받는 건 볼 수 없어요"[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앙골라에서 온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12월 28일 경찰의 박해와 정부의 방관을 피해 한국땅을 밟았다. 올 1월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난민으로 인정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 루렌도 부부는 많이 울었다. 앙골라로 강제 송환되면 부부는 수용소에 갇혀 생사를 보장할 수 없고, 슬하 4남매도 위험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지금 죽어도 좋아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는 건 볼 수 없어요."

22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루렌도 부부가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이다. 루렌도 부부는 출입국관리소의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놓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기각됐고 현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탑승동 46번 게이트 근처 라운지에 가면 6개를 이어붙인 소파가 나온다. 루렌도 가족이 반년 가까이 노숙 중인 곳이다. 루렌도 부부와 레마(9), 로드(8), 실로(8), 그라스(6) 6명의 식구는 여기서 숙식을 해결한다. 녹색 소파는 아이들의 손떼가 묻어 색이 바랬다. 루렌도 부부는 잠시 자리를 비웠고 4명의 아이들이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취재를 위해 꺼낸 노트북을 바라봤다. 첫째 아들 레마는 무선마우스를 '쑥' 내밀었다. 겉보기에는 명랑한 또래 어린이였지만 하루 빵 몇개로 끼니를 때운다. 그나마 오가는 한국인들이 이따금 건네주는 현금을 아껴써야 구할 수 있다.

한국은 2013년 난민법 시행 이래 난민인정률이 한 자릿수다. OECD 36개국 중 34위(2017년 기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7년에는 신청자 9942명 중 121명만 인정해 1%대에 머물렀고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인정률은 4%에 그쳤다. 이처럼 난민에게 문은 좁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직접 난민을 본 것처럼 혐오성 소문이 만연하다. 2016년 내전을 피해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도착하자 제주도 내 미해결 범죄사건 배후에 그들이 있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이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와 70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

과연 루렌도 가족은 난민에게 차가운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

응쿠카 루렌도(47)는 1972년 콩고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앙골라 국적의 앙골라인이다. 콩고인이라 앙골라에서 박해를 받았냐는 묻자 “노 콩고(No Kongo), 앙골라(Angola)”라고 단호하게 앙골라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루렌도는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에서 무역회사를 다녔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교회에서 아내 보베트 나나브(40)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보베트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때(처음 만났을 때)는 남편이 잘생겨 보였어요.”

앙골라는 콩고 출신 루렌도를 가만두지 않았다. 앙골라 내전(1976~2002) 당시 콩고 정권이 반군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뚜렷한 이유 없이 무역회사에서 쫓겨난 그는 택시기사로 일했다. 차를 다루는데 특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고 출동한 경찰은 그가 콩고 출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수용소에 가뒀다. 수용소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 그는 경찰이 집까지 찾아와 아내를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앙골라를 떠나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바로 집을 팔고 돈을 마련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는 교회에서 숨어 살았습니다.”

루렌도 가족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46번 게이트 근처 라운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루렌도는 이곳을 'prison(감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주원 인턴기자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손에 쥔 건 인천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왜 거리도 먼 한국을 선택했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앙골라에서 살 때 한국대사관 옆에 집이 있었어요. 제겐 한국이 가장 친숙한 나라였어요.” 루렌도의 말이.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아니면 핍박이 기다리는 앙골라 송환 외에는 다른 선택지도 없다.

루렌도 가족은 한국에 도착한 후로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이 마음에 와닿았다. 루렌도는 “한국인들,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라고 감탄했다. 무역회사부터 택시기사까지 아내와 4남매를 위해 일을 멈추지 않았던 루렌도는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과 일맥상통 한다고 느낀다는 그는 난민으로 인정되면 일자리부터 구해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저는 다른 한국인들처럼 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차를 다루는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리보수 일을 하려고 해요.”

난민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만 고집해 이질성과 위화감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보베트는 얼마 전 공항 이용객에게 선물 받은 아동용 한글공부책을 보여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해 엄마와 가정학습을 하고 있는 4남매는 매일 엄마가 내준 한글 숙제를 하고 있다.

루렌도의 아내 보베트가 부부가 함께 한국어를 공부한 공책을 보여주고 있다. 빽빽하게 단어를 연습한 쪽도 있었으나 가장 '예쁘게' 쓴 글씨를 촬영했다. /송주원 인턴기자

부부 역시 ‘열공’ 중이다. 부부는 이름부터 간단한 인사말, 우유 등 음식을 뜻하는 단어를 연습한 공책을 보여줬다. 보베트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그 나라를 배우는 첫 걸음”이라며 “공항에서 나가면 한국어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옆에서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루렌도는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한국어를 연습한 공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언어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 모두를 배우고 싶어요. 난민으로 인정되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낯선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겠냐고 묻자 프랑스어로 “위!(Oui, ‘네’라는 뜻)”라 외치는 그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알려줬다. 보베트는 흩어져 놀던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줬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지와 검지를 겹쳐 보였다. 기념 촬영을 하자는 루렌도의 제안에 모두 손가락을 모았다.

루렌도 가족이 난민으로 인정받는다면 살고 싶은 도시는 바로 서울이다. 한국의 수도인데다 인천과 가까워서일까. 보베트는 “인천과 가깝지 않다” 라고 손사래를 쳤다. 보베트는 성폭행 후유증으로 자궁에 이상이 생겨 긴급 상륙허가를 받고 서울에 치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서울과 인천은 결코 가깝지 않다는 걸 아는 루렌도 부부의 답변은 특별했다.

“여기 있으면서 우리 가족을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요. 우리 재판을 맡아준 이상현 변호인, 여러 인권단체, 그리고 기자들까지 다 서울에 살고 있더라고요. 그분들 가까이 살면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요.”

ilraoh_@tf.co.kr

원문 출처 [난민이 되고싶어요①] 강제송환 공포에 반년…인천공항의 루렌도 가족


오늘의 검색어

1위 80회 노출 2641P 봉준호 2위 69회 노출 2270P 황금종려상 3위 89회 노출 1960P 손세이셔널 4위 90회 노출 1711P 로또860회당첨번호 5위 74회 노출 1615P 구하라 6위 79회 노출 1496P 한국 포르투갈 7위 53회 노출 1353P 류현진 중계 8위 59회 노출 1163P 칸 영화제 9위 75회 노출 1102P 860회 로또당첨번호 10위 68회 노출 1102P 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