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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의 길거리사회학] 디지털 시대의 신 문맹, 실행키부터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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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교육이 잘 보급돼도 문맹자는 생길 수밖에 없다. 선행학습의 부작용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중에 한글을 모르는 학생이 꽤 있다고 한다. 사진은 몇 년 전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문해교사 대회 장면./임태순 칼럼니스트
아무리 교육이 잘 보급돼도 문맹자는 생길 수밖에 없다. 선행학습의 부작용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중에 한글을 모르는 학생이 꽤 있다고 한다. 사진은 몇 년 전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문해교사 대회 장면./임태순 칼럼니스트

아무리 교육이 잘 보급돼도 문맹자는 생길 수밖에 없다. 선행학습의 부작용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중에 한글을 모르는 학생이 꽤 있다고 한다. 사진은 몇 년 전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문해교사 대회 장면./임태순 칼럼니스트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몇 년 전 평생교육원이 주최한 문해(文解)교사 대회를 둘러본 적이 있다. 문해교육이란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다. 솔직히 행사 참관 전에는 과연 요즘에도 문해교육이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의무교육의 실시로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를 지켜본 뒤 이런 선입견은 크게 바뀌었다. 아무리 교육이 잘 보급돼도 문맹자는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사회 변화로 문맹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중 한글을 모르는 학생이 꽤 있다는 언론보도를 기억할 것이다. 선행교육의 부작용으로, 한글을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한글 가르치는 것을 건너뛰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또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것도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글이 서툰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이주 여성들은 본인은 물론 2세를 위해서도 문해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이와 함께 교육방식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융‧복합화 되면서 쉽고 재미있게 진행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교재를 보니 한글과 한자, 영어가 섞여 있어 한글, 한자, 영어를 통합적으로 배우도록 돼 있었다. 일례로 한자로 입 ‘구’(口), 눈 ‘목’(目)을 쓰면서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배우고, 한글로 ‘집’을 쓰면서 영어로 ‘house’ ‘home’을 발음한다. 우리들이 실생활에서 한글 외에 영어와 한자를 혼용해 많이 쓰고 있으니 이런 멀티 교육법은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어르신은 ‘나는 까막눈이야’라는 말을 했다. 신문을 봐도 온통 모르는 단어투성이어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직 언론인도 “평생 신문사 밥을 먹은 나 같은 사람도 요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알 수 없다”고 비슷한 말을 했다.

'디지털 시민시장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구축했다며 시연을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준다./더팩트DB “G메일로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드롭박스(자료를 저장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번 설치하고 로그인해두면 어디서 수정 작업을 하든 모든 컴퓨터에서 그 폴더 안의 자료가 같은 상태로 보관된다)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파일을 저장하면 어디서든 파일을 열어 작업할 수 있다.…회의는 스카이프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 어느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드롭박스’, ‘클라우드 스토리지’, ‘스카이프’ 등은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문이나 방송을 봐도 생소한 용어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나 역시 곧 문맹자가 되고 말 것이다.

신종 문맹자가 등장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의 진보로 사회변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칩의 성능이 18개월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이를 말해준다. 컴퓨터 성능이 1년 반 사이에 두 배로 향상된다는 것은 정보저장용량이 두 배로 커졌다는 것을 말하며, 뒤집어 얘기하면 배워야 할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1년에 두 배씩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넘어 '5G 시대'를 앞두고 있으니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오죽했으면 네이버에 매일 ‘상식’난이 뜰 정도가 됐을까.

하루가 다르게 신종용어가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문맹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맞닥뜨리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신 문맹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부지런히 배우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경영인 잭 웰치는 GE회장으로 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간편하지 않으면 빨라질 수 없고 빨라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제품의 성능이 좋아도 작동이 느리면 팔리지 않는다. 당연히 가장 단순하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문해교육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을 앞에서 보지 않았는가. 교육방식은 물론 제품 조작법도 간편하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돼 있다는 말이다. 오늘부터 엔터 키를 눌러보자. 아니 당장 실행 키를 눌러라.

thefact@tf.co.kr

원문 출처 [임태순의 길거리사회학] 디지털 시대의 신 문맹, 실행키부터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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